다시 반복된 비극의 시작
지난 5월 1일, 충북 청주의 한 산모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임신 29주 차인 A씨의 태아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지자 가족은 119에 신고했죠. 그러나 인근 상급종합병원들은 차례로 환자 수용을 거부했습니다. 충청권 6개 대학 병원을 비롯해 전국 41곳의 병원에 문의했지만, 전문의 부재나 병상 부족을 이유로 문이 닫혔던 겁니다. 결국 산모는 소방 헬기에 실려 출발지에서 약 350km 떨어진 부산의 한 병원으로 향해야 했고, 3시간 30분의 이송 끝에 태아는 안타깝게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 사건은 고위험 산모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분만실 뺑뺑이’ 문제가 시스템적 결함에서 비롯됐음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왜 병상을 찾을 수 없었나
이런 비극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명확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산과와 소아과, 특히 신생아중환자실(NICU)을 운영할 전문 인력의 심각한 지역적 불균형입니다. 충북을 예로 들면, 도내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의 산과 전문의는 5명 중 출산을 담당하는 의사는 2명, 해외 연수 등을 고려하면 실제 야간과 휴일을 대응할 수 있는 인원은 1명에 불과한 상황이었습니다. 충북 지역의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전국에서 네 번째로 적은 수준이고, 신생아중환자실은 충북대병원 한 곳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의료 인프라의 취약성은 고령 산모와 다태아 출산이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낳고 있죠.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비수도권에서만 반복되는 ‘의료 공백’이라고 지적합니다. 자금력이 부족한 지방정부의 힘만으로는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책임 있는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개선의 노력과 남은 과제
사건 이후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중증도별 모자의료체계를 재정비하고, 올해 6월부터는 산모와 신생아를 전원할 수 있는 병원의 의료 인력·장비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정보시스템을 가동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소방청도 기존에 지역별로 담당하던 이송 체계를 전국 단위로 통합해 중앙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직접 병원을 섭외하는 방식으로 개선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한국식 모자 전문병원’ 모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정은경 장관은 의료진의 의료사고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보험 지원 확대 등 보상체계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근본적인 인력 부족과 지역 격차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의료계는 저수가 문제와 과도한 형사 책임 부담이 전공의들의 산부인과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단순한 정보 시스템 도입보다는 필수의료 인력 양성과 지역 배치에 대한 국가적 책임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모든 지역에서 안심하고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