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를 다시 넘어선 미국 국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5%를 다시 넘어섰습니다. 2년물 금리도 4.7% 중반까지 올라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차이는 25bp 안팎으로 좁혀지며 수익률곡선이 평탄해졌는데요.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를 따라잡는 이른바 베어 플랫 국면이 뚜렷해진 겁니다.
시장은 연준이 정책금리를 5%대까지 끌어올릴 가능성까지 계산에 넣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금리 확률 지표를 보면 10월 연속 인상 가능성은 55%를 웃돌고, 12월까지 추가 인상 가능성은 90%에 가깝습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엔화가 약해진 점, 영국과 프랑스 국채 금리가 급등한 점도 미국 채권 매도세를 키운 배경입니다. 여기에 재무부가 사흘 연속으로 1조 8천억 달러 규모의 국채 입찰에 나선다는 소식도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래도 반도체와 AI는 올랐습니다
같은 날 뉴욕증시는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혼조로 마감했습니다. S&P500지수는 0.17%, 나스닥지수는 0.39% 올랐지만 다우존스지수는 0.18% 내렸는데요. 금리 부담에 민감한 다우가 밀린 반면, 기술주가 지수 하단을 받치며 체면을 세운 셈입니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내년 칩 판매량이 올해의 두 배가 될 것이라고 밝힌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습니다. 브로드컴과 마이크론, ASML,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ARM 등 반도체와 AI 관련 종목이 일제히 올랐습니다. 국제유가는 사흘째 내리며 서부텍사스산원유가 배럴당 100달러 근처, 브렌트유가 103달러대에서 거래됐습니다. 중국이 이란에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을 자제시켜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이 공급 우려를 덜어준 겁니다.
50년 전 니프티 피프티의 교훈
금리 5%가 곧 성장주 시대의 종말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 미국은 베트남전과 확장 재정으로 금리가 5%대에 진입했는데도 IBM과 코카콜라, 맥도날드 같은 이른바 니프티 피프티 종목이 랠리를 이끌었습니다. 당시 이들의 주가수익비율은 40배에서 90배까지 치솟았죠.
니프티 피프티가 무너진 직접적 원인은 5%라는 금리 수준이 아니라 1973년 오일쇼크 이후의 급격한 긴축이었습니다. 기준금리가 4%에서 12%로 뛰고 유동성이 마르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한꺼번에 터진 겁니다.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각각 4.1배와 3.9배로 당시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낮습니다. 두 회사의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합치면 940조원에 육박합니다. 결국 향방을 가를 변수는 금리의 절대 수준이 아니라 이익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느냐입니다. 유가와 물가가 다시 뛰어 추가 긴축이 이익 증가 속도를 앞지를 때 위험이 커진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