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봉쇄, 그리고 첫 도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해상 봉쇄 작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4월 13일 오후 11시를 기해 시작된 이 작전은, 이란 항구를 이용하는 모든 선박의 출입을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는데요. 미군은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을 필두로 15척 이상의 군함을 배치하며 강력한 물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봉쇄 발효 직후, 말라위 선적의 유조선 ‘리치 스타리’호가 해협을 강행 돌파하며 미국의 의지를 정면으로 시험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선박은 중국과 연계되어 있으며, 과거 이란 제재 회피에 연루된 전력까지 있어 그 움직임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의 선박들도 이 긴장 속에 발이 묶였습니다. 페르시아만 방향으로만 26척의 한국 선박과 173명의 선원이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들 선박의 하루 손실액만 약 21억 원에 달하는 등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휴전 직후 해협이 열릴 거라는 기대에 두바이 근처까지 갔지만, 상황이 바뀌어 무기한 대기 중”이라고 전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발이 묶인 선박들과 외교적 발빠른 움직임
이런 위기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자국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외교적 노선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다자 협의체를 통한 국제 공조를 우선시해왔지만, 상황이 급변하자 독자적인 협상에 나서기로 결정했습니다. 정병하 외교부 장관 특사가 이란에 파견되어 현지 당국과 한국 선박들의 통항 문제를 논의 중인데요, 이란 측에 선박 정보를 공유하며 신속한 통과를 위한 협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는 앞서 한국 선박 통과에 선의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협상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도 일부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휴전 기간이 4월 21일로 다가오고 있어 시간은 점점 촉박해지고 있습니다. 양국은 지난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첫 대면 협상을 가졌으나,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봉쇄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며 결렬됐습니다. 미국은 이란에 20년간의 우라늄 농축 중단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몇 년간’만 중단하겠다고 맞섰죠.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란 협상단이 최종 결정권이 없었다고 지적하며, **“추가 대화는 이란에 달려 있다”**고 말해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입니다.
협상 테이블과 시간 싸움
현재의 긴장은 군사적 대결 이상으로 ‘경제적 인내력’을 겨루는 시간 싸움의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미국은 봉쇄를 통해 이란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고위험·고효과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문가들은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가 막히면서 유가가 급등하고, 이는 역으로 미국 내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이란은 “새로운 전투 방식”을 예고하며 미사일과 드론을 활용한 비대칭 전력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외교의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습니다. 미국과 이란은 스위스 제네바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르면 16일 두 번째 대면 협상을 개최할 가능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도 한 달 뒤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에 냉정과 자제를 요청하며 중재자 역할을 모색할 태세입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군사력보다 정치적 의지와 외교적 타협이 더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휴전 시한이 다가올수록 억류된 선박들의 운명과 중동의 평화는 더욱 불안한 줄다리기 위에 놓여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