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 난이도 논란, 수험생들 '멘붕'…공정성 강조한 시험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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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2월 9일 오전 10:20

발행: 2025년 12월 9일 오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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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학년도 수능 영어의 예상보다 높은 난이도는 고정된 1등급을 유지하던 수험생들의 수시 탈락을 불러왔고, 정시 쏠림과 입시 혼란을 우려케 했다. 이는 2011학년도 '쉬운 수능'의 변별력 부족 논란과 마찬가지로, 공정성을 강조하는 수능 시스템 자체의 역설을 드러낸다. 출제 지문의 난해함에 대한 원저자의 우려부터 OMR 마킹 실수 문제까지 겹치며, 절대평가 도입 취지와 달라진 현실 속에서 수능의 근본적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상치 못한 2등급의 충격

올해 수능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은 영어 영역이었습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모의고사에서 영어 1등급을 유지해왔던 수험생 A 군은 실제 수능에서 단 2점 차이로 2등급을 받았습니다. 이 결과는 그가 준비했던 수시 전형의 최저 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결국 탈락으로 이어졌습니다. A 군의 사례는 비단 개인이 아닌, 전국적으로 비슷한 상황에 놓인 많은 수험생들의 고민을 대변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늘 1등급이었는데”라는 한탄이 쏟아지며, 정시 지원으로의 쏠림 현상과 입시 혼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죠.

이런 혼란의 배경에는 지난 2011학년도 ‘쉬운 수능’ 논란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당시 변별력 부족으로 재수생이 급증하고 대학별 논술고사 비중이 확대되는 부작용을 낳았던 경험 때문입니다.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던 수능이 오히려 입시 경쟁을 다른 형태로 심화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출제부터 채점까지 겹친 논란

논란의 중심에는 특정 지문이 있었습니다. 2026학년도 수능 영어 24번 지문의 원저자는 최근 “(수능에) 말았어야 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자신의 글이 지나치게 난해하고 추상적이어서 학생들의 학습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죠. 전문 용어와 모호한 맥락은 수험생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고, 이는 결국 변별력을 위한 지나친 난이도 상승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시험 당일에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OMR 카드 마킹 실수와 같은 운영 상의 문제가 수험생의 운명을 뒤바꾸는 사례도 여전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한 수험생은 답안지 표기 실수 하나로 원치 않는 대학에 합격하는 결과를 겪었고, 이는 수능이 표방하는 절대적 공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다시 불러일으켰습니다. 시험의 난이도 조절 실패와 운영 상의 허점이 맞물리며, 수험생 개인의 노력을 평가 시스템의 오류가 무너뜨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절대평가’라는 이름의 함정

2018학년도부터 도입된 영어 영역 절대평가는 사교육 부담 완화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핵심 정책이었습니다. 상대평가에서 벗어나 특정 점수 이상이면 모두 1등급을 주는 이 제도는, 처음에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난이도가 높아진 올해 수능에서 1등급 커트라인 점수는 오히려 더 민감한 변수가 되었고, 1점 차이가 등급을 가르는 ‘새로운 스트레스’를 만들어냈습니다.

학부모들은 “절대평가인데 왜 이렇게 어렵냐”는 불만을 터뜨립니다. 사교육비 절감 효과는커녕, 불안감에 영어 학원 추가 등록 부담만 늘었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육당국이 의도한 ‘탈사교육’의 그림과 실제 수험생 현장의 괴리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에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요청한 배경에도 이런 심각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개선의 길은 어디에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한 한 해의 난이도 문제를 넘어, 수능 시스템 자체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신호라고 해석합니다. 쉬운 수능은 변별력을 잃고, 어려운 수능은 과도한 부담과 불공정 논란을 낳는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거죠.

한 가지 제안되는 방향은 평가의 다각화입니다. 수능 점수 일변도의 선발에서 벗어나, 학생부, 논술, 면접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안이 더욱 강조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안은 수능 영어 지문의 출제 방향을 실제 의사소통 능력과 학문적 소양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변별력을 위해 지나치게 난해하고 트릭적인 문제보다는, 명료하고 핵심적인 내용 이해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2005학년도 수능 이후 지속되어 온 난이도 조절 실패의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공정한 시험’을 위한 노력은 계속해서 ‘새로운 불공정’을 만들어내는 역설에 갇히게 될 것입니다. 수험생들의 ‘멘붕’은 단순한 당해의 불만이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경고음으로 듣고 해결책을 모색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