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보의 추락, 7경기 무승의 수렁
FIFA 랭킹 16위, 2회 월드컵 우승의 저력을 지닌 우루과이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충격적인 조별리그 탈락을 당했습니다. 스페인과 함께 H조 '2강'으로 꼽히며 카보베르데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았지만, 결과는 2무 1패, 승점 2점에 그쳤습니다. 2022 카타르 대회에서도 조별리그에서 멈췄던 우루과이로서는 두 대회 연속이라는 굴욕도 덤으로 따라붙었습니다.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은 스페인과의 최종전에서 0-1로 패한 뒤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우루과이 축구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3년간의 지휘 기간을 스스로 평가했고, 사실상 사퇴 의사를 드러냈습니다. 명장이라 불렸지만, 최근 A매치 7경기 무승이라는 최악의 흐름 속에서 감독으로서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입니다.
전세기 취소까지, 지도부와 선수단의 갈라진 균열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감독과 선수단 사이의 깊은 균열이 있었습니다. 페데리코 발베르데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은 비엘사 감독의 과도한 훈련 강도와 전술적 고집에 반발했고, 스페인전을 앞두고는 일대일 대인 수비를 고수하는 감독과 역습 전술을 요구하는 선수단이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비엘사 감독은 일부 선수들이 자신을 경질시키려 했다고 주장하며 태업 의혹을 제기하는 등 갈등이 공개적으로 번졌고, 루이스 수아레스가 감독의 차가운 태도를 은퇴 기자회견에서 공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성적이 결정적이었기에 우루과이축구협회(AUF)는 초유의 징벌적 조치에 나섰습니다. 멕시코 베이스캠프에서 몬테비데오로 향할 예정이던 전세기 귀국편이 통째로 취소된 겁니다. 고액 연봉의 스타 선수들은 전세기 대신 일반 항공편을 끊어 뿔뿔이 흩어져 귀국해야 하는 굴욕을 겪었으며, 협회 차원에서 보낸 분명한 경고 메시지로 읽힙니다.
스페인의 승리가 남긴 파장, 한국에 열린 32강의 문
한편, 이 경기는 한국 대표팀의 32강 진출 가능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루과이가 스페인을 이겼다면 한국은 조 3위 경쟁에서 8위까지 밀려날 위기에 처했을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스페인이 알렉스 바에나의 전반 42분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며 한국은 조 3위 팀 사이에서 7위 자리를 지켜냈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승 2패, 승점 3점으로 32강 티켓을 노리고 있으며, 남은 G, J, K, L조 결과에 따라 사느냐 죽느냐가 갈립니다.
같은 H조에서는 카보베르데가 사우디아라비아와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사상 첫 32강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월드컵 첫 출전에선 본선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약지대 국가가 무승부 3회만으로 조 2위에 오르며 신화적 서사를 완성했습니다. 반면 이 경기 전 베네수엘라 강진 희생자 추모 묵념 시간에 일부 관중들이 고함과 야유를 퍼부어 최소한의 예의마저 잃은 모습이 논란이 된 점은 아쉬운 그림자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