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돌려보낸 응급실
2019년 10월 새벽, 심정지 상태의 4세 김동희 군을 태운 119 구급차가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당직 의사 A씨는 "이미 심폐소생 중인 환자가 있다"며 진료를 거부했습니다. 구급대원들은 20km나 떨어진 다른 병원으로 아이를 옮겨야 했고, 김 군은 결국 5개월 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사망했습니다. 법원 조사 결과 당시 응급실에는 김 군의 치료를 거부할 만큼 위중한 환자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누적된 의료 과실들
사건은 단순한 응급실 거부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김 군은 사건 발생 약 2주 전 같은 병원에서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을 담당한 B씨는 출혈 부위를 과도하게 지짐술한 후 일반 환자처럼 퇴원시켰습니다. 더욱 문제는 김 군이 증상이 악화되어 다른 병원 응급실을 찾았을 때입니다. 당시 대리 당직을 서던 C씨는 아이를 직접 진료하지 않고 119 구급대 이송만 지시했으며, 진료 기록을 제때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A, B, C 의사 세 명 모두에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인정해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내렸는데,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과실이 있었지만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스템적 문제점 드러나
이번 판결은 단순히 개별 의사들의 과실을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부산대병원에도 의무 기록 관리 소홀 등을 이유로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되었는데, 이는 병원 차원의 관리 부실도 함께 지적된 것입니다. 특히 응급실 당직 의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생명이 위급한 환자의 치료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응급의료 시스템의 근본적 취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입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응급실 당직 의사들은 복잡한 판단을 순간적으로 내려야 하는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돌려보내는 것은 응급의료의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남은 과제와 교훈
재판부는 무죄 판결이 피고인들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사법부가 의료 과실 사건에서 엄격한 입증 책임 원칙을 적용하면서도 의료진의 책임을 완전히 면제하지 않는 균형 잡힌 접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의료 과실을 넘어 응급의료 체계 전반의 개선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의료기관들은 응급실 운영 매뉴얼을 보다 명확히 하고, 위기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환자 이송과 관련된 기록 전달 시스템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4세 아이의 죽음이 단순한 법적 처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응급의료 시스템을根本적으로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