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소가 미 군함을 짓는다
한화디펜스USA가 지난달 29일 미 해군 선박건조관리업체 토트서비스와 중형 상륙함(LSM) 1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규모는 2억6900만 달러, 우리 돈 약 3575억 원이고 추가 3척에 대한 옵션도 붙었습니다. 국내 기업이 미 해군 함정 건조를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건조는 한화가 2024년 12월 인수한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가 맡고, 착공은 2027년 4분기로 예정됐습니다. 이 지역에서 군함 건조가 재개되는 것은 1995년 필라델피아 해군조선소가 문을 닫은 이후 31년 만입니다.
법의 벽을 인수로 넘었다
배경에는 미국의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이 있습니다. 미군 함정과 주요 선체 구성품의 해외 건조를 원칙적으로 막는 규정인데, 한화는 법 개정이 아니라 조선소 인수로 이 벽을 우회했습니다. 인수 후 약 3억5000만 달러를 투입해 설비를 현대화했고, 고용 인원도 1800명에서 2300명으로 늘렸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조선업 재건 기조가 맞물렸습니다. 미 해군은 이 상륙함을 35척 도입할 계획이고, 첫 발주 8척 가운데 한화 필리조선소가 1척을 배정받았습니다. 상선을 넘어 군함까지 짓는 조선소로 인정받았다는 점이 이번 계약의 핵심입니다.
남은 숙제는 국내 건조와 일감
관심은 다음 단계로 옮겨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소를 인수한 외국 기업이 고용과 훈련, 기술 이전 조건을 충족하면 첫 함정 2척을 본국에서 건조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울산이나 거제에서 미 함정을 짓는 그림인데, 구체적인 발주 계획과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큽니다.
변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 하원이 지난 7월 통과시킨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는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한 군함 구매를 제한하는 조항이 담겼고, 중간선거 결과 역시 정책 추진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화 필리조선소가 여전히 적자라는 점, 현지 고비용 구조와 부품 공급망 부족도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경쟁 구도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HD현대는 키윗과 합작법인을 세우고 2029년 가동을 목표로 현지 조선소 건립을 추진 중입니다. 결국 발주와 예산을 쥔 미 국방부와 해군을 상대로 협의 채널을 얼마나 넓히느냐가 관건으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