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반도체 생산능력이 국운을 가른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AI 혁명을 단순한 소프트웨어 변화를 넘어 국가 흥망을 좌우하는 변수로 규정했습니다. AI가 챗봇을 넘어 자동차, 로봇, 의료 등 거의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면서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일시적 교체 수요가 아닌 구조적 확대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판단입니다. **앞으로 가장 희소해질 자산은 최첨단 반도체를 얼마나 빠르고 많이 생산할 수 있느냐, 이른바 '팹 캐퍼시티'**라는 게 그의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특히 AI 프로세서뿐 아니라 메모리, 전력관리 반도체, 통신칩까지 생태계 전반의 수요가 함께 늘면서 공급망 전체가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이 AI 시대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남으려면 소모적인 논쟁에 얽매이지 말고 더 많은 팹을 신속히 건설해야 한다고 김 실장은 강조했습니다.
초과 유동성, 아파트 대신 새 도시와 산업으로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막대한 부가 수도권 부동산으로만 흘러간다면 산업적 승리가 사회적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고 김 실장은 경고했습니다. 그가 제시한 처방은 세 가지입니다. 초과 유동성을 해외 투자와 미래 대응 기금으로 분산하고, 국내 자본이 아파트가 아닌 새로운 산업과 도시를 만드는 데 쓰이도록 정교하게 설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AI로 인한 산업 간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면 특히 청년층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 실장은 이를 막기 위해 뉴딜에 버금가는 담대한 교육과 재교육, 산업 전환 프로그램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호황의 시대에 청년들이 절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까지가 정치와 정책의 본질적 역할이라는 취지였습니다.
정부는 '생산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의 경제 개입을 관치 경제로 비판하는 시각에 대해 김 실장은 선을 그었습니다. 정부가 정하는 것은 설계도나 가격이 아니라 부지, 기가와트(GW)급 전력망, 초순수 용수, 환경 인허가 같은 '생산 플랫폼'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런 인프라 조건은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국가와 지방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수도권을 벗어난 대규모 반도체 팹 클러스터 구축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습니다. 안정적인 전력, 용수, 부지 확장성 등 객관적 기준에 따라 새로운 생산거점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는 특정 기업만을 위한 혜택이 아니라 국가 미래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며, 이를 기반으로 청년 일자리와 신산업, 신도시가 결합된 새로운 경제권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