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절규, 대홍수 네팔이 세계에 던진 질문
히말라야 산맥에서 시작된 대홍수가 네팔 전역을 집어삼켰습니다. 지난 26일 랑탕리룽 봉우리에서 빙하와 암석이 붕괴되며 유례없는 빙하 쓰나미가 발생했고, 일주일이 지난 현재 사망자는 1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고 지형마저 바뀌는 참사 속에서, 네팔 정부는 이번 재해를 기후변화의 비극으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에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네팔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의 고작 0.04%에 불과하다며, 중국과 인도, 미국 등 상위 배출국에 보상을 요구한 것입니다.
네팔 외교부 장관은 공개적으로 세 나라를 지목했습니다. 이들 세 나라가 전 세계 배출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말이죠. 네팔 총리 역시 이번 대홍수가 기후변화에 따른 파괴적 재앙이라며 히말라야 지역이 직면한 위험에 대해 국제사회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에 네팔 재무부는 31일 유엔에 긴급 보상 신청 서한까지 발송하며 사태의 엄중함을 알렸습니다. 유엔은 이미 히말라야 빙하 소멸 속도가 지난 10년간 65%나 빨라졌다고 경고한 바 있고, 21세기 말까지 빙하호 홍수 위험이 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터널 가득 찬 진흙과 살아남은 자들의 눈물
참사 현장은 지옥을 방불케 합니다. 터널 안에는 치약 튜브처럼 진흙이 가득 차 수색이 어려운 상황이고, 한 집에서만 시신 24구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부패한 시신에서 나오는 악취가 진동하는 가운데, 생존자들은 가족을 잃은 상실감과 죄책감 속에서 간신히 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트리부반 대학 병원 벽면은 실종된 가족을 찾는 전단으로 가득 찼고, 유가족들은 뒤늦게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들의 화장을 거행하며 오열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해외긴급구호대 44명을 급파했습니다. 헬기와 드론, 휴대전화 정보까지 총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죠. 사랑의열매와 호서대학교 등 국내 민간단체도 약 10억 원의 긴급 지원금과 모금 캠페인을 통해 네팔 주민들의 일상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호서대는 피해를 입은 네팔 유학생들에게 위로 장학금까지 지원하며 학업 지속을 돕고 있는데요, 이런 움직임은 전 지구적 연대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은 배출량, 큰 피해…기후정의는 실현될 수 있을까
문제는 이런 인도적 지원만으로는 히말라야의 근본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네팔의 주장은 단순한 감정적 호소가 아닙니다. 1997년 교토의정서 이후에도 미국은 비준을 거부했고, 2015년 파리협정은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했습니다. 그런데 유엔은 최근 산업화 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려는 파리협정 목표가 사실상 달성 불가능하다고 공식 인정했습니다. 이는 작은 배출량으로도 기후재난을 피하지 못하는 나라들이 계속 피해를 떠안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네팔의 외침이 국제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금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