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마감한 삶, 종교시민사회가 배웅합니다
2026년 8월 22일 오전, 제주 서귀포 하예포구 인근 해상에서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살아온 봉은사 전 주지 명진스님이 프리다이빙 훈련 중 사고로 입적한 것인데요. 향년 76세, 법랍 52년의 삶을 마감한 고인의 법구는 서울 봉은사 선불당에 안치되었으며, 오는 25일 오전 10시 종교시민사회장으로 영결식을 치른 뒤 출가 본사인 법주사에서 다비식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경찰은 법구에 특별한 외상이나 범죄 혐의점이 없어 부검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프리다이빙이라는 취미 활동 속에서 갑작스럽게 이별을 맞이한 고인의 마지막 모습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과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권력에 맞서고 약자의 곁을 지킨 수행자
명진스님은 1950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1969년 해인사 백련암에서 출가했습니다. 월남전에 맹호부대 소속으로 참전한 과거를 뒤로하고 1974년 법주사에서 다시 수행의 길을 들었으며,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서 불교계를 대표해 활동했습니다. 특히 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의 기수로 나서 중앙종회 부의장까지 역임하며 종단의 쇄신을 위해 헌신했죠.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봉은사 주지로 재임하던 시절, 그는 사찰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천일기도를 올리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동시에 용산 참사 유족, 한진중공업 노동자,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의 유족들을 찾아가며 사회적 약자를 위로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현장이 곧 수행터'라는 신념으로 세상의 아픔이 있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발길을 옮긴 것이죠.
2015년에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 앞에 무릎을 꿇고 큰 절을 올리며 과거의 상처에 대한 참회와 사죄의 뜻을 밝혔고, 이후 한베평화재단 창립 이사로 활동하며 전쟁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제적의 아픔을 넘어 남긴 과제
그의 삶은 굴곡도 적지 않았습니다.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문제로 조계종 총무원과 갈등을 빚은 끝에 2017년 승적 박탈 징계를 받았는데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여 1·2심에서 승소를 거두었고, 올해 초 조계종과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합의하면서 9년 만에 승적을 회복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대한민국 불교계의 큰 어른을 떠나보낸 슬픔을 온 국민과 함께 나눈다"며 애도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민석 민주당 대표, 조국 전 대표 등 각계 인사들 역시 그의 삶과 뜻을 기렸습니다. 생의 마지막까지 현행 총무원장 선거제도의 폐단을 지적하며 추대 방식 전환을 촉구했던 그의 목소리는 이제 종단 안에 깊은 울림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제 고인은 봉은사와 법주사, 그리고 수많은 시민사회 동지들의 배웅 속에서 마지막 가는 길을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