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도시에 드리운 그림자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17일째 접어들면서,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전역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하루 동안만 2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했고, 테헤란 시내 곳곳에서 폭발음과 연기가 피어오르는 상황입니다. 주요 타격 대상은 탄도미사일 시설과 방공망 관련 시설로 알려졌는데요. 이에 맞서 이란도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미사일 반격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텔아비브 등 중부 지역에는 대피령이 내려졌고, 소규모 화재와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양측 간 공방전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전쟁 시작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 목표물에 총 700기의 미사일과 3,600대의 드론을 발사했다고 주장하며 강경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공방전은 이란 국경을 넘어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공습도 병행했고, 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국제공항과 푸자이라 항구 같은 걸프 국가의 핵심 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했습니다. 결국 전쟁의 불씨는 중동 전역으로 번지며, 민간인 사상자와 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검문소와 인터넷 차단으로 맞서는 당국
외부의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란 당국은 내부의 불안 요소를 철저히 통제하려는 모습입니다. 테헤란 주민들은 도시 곳곳에 새롭게 설치된 보안 검문소와 임의 검문 수색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드론 공격을 받은 검문소 주변은 더욱 긴장된 분위기라고 하는데요. 주민들은 검문소 통과 시 당국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나름의 요령을 부리고, 밝은 색 옷을 피해 눈에 띄지 않으려는 행동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정부 시위를 차단하기 위한 핵심 수단은 인터넷 접속 제한입니다. 당국은 암호화된 메시지 앱과 플랫폼 사용을 어렵게 만들어 시위의 조직과 소통 능력을 원천 차단하려 하고 있습니다. 일부 주민들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으로 이 제한을 우회하려 하자, 당국은 스타링크 사용자를 체포하고 안테나를 수색하는 강경 조치까지 취하고 있죠. 이러한 물리적, 디지털적 봉쇄는 지난 1월 대규모 시위 당시 발생했던 많은 민간인 사망자를 떠올리게 하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더욱 자아내고 있습니다. 한편 이란 당국은 시민들에게 시위 경고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고, 시위대를 '적'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는 등 심리전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군함 파견 요청과 소극적인 국제사회
전쟁의 확전을 우려한 미국은 군사적 행보에 나섰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주요 7개국에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 파견을 요청하며 압박을 강화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수송의 핵심 항로로, 이란이 통제를 위협할 경우 글로벌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공격'을 예고하며 이란 하르그섬 추가 공격 가능성도 언급했고, 미 해병대 2,500명이 이미 해당 해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파병 요청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중국은 즉각적인 군사행동 중단을 촉구하며 선을 그었고, 호주와 독일 등은 함정 파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역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답변을 유보 중입니다. 이처럼 주요국들의 소극적 태도는 분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외교적 해결을 우선시하려는 의도로 읽히며, 국제적 공조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는 이란 당국의 전파 방해를 뚫고 전 세계 약 2400만 명에게 이란 내부의 소식을 전달하며, 정보 통제에 맞서는 또 다른 전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