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통행 허가제 확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통행을 국가별로 선별해 허용하면서 전통적인 자유 항행 원칙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3일부터 중국 초대형 유조선 5척이 이란의 규정에 동의한 뒤 해협을 통과했고, 일본 에네오스 그룹의 유조선도 5월 14일 두 번째로 통과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란은 통항 규칙에 목적지, 화물, 수량을 명시하도록 요구하며 통제권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이라크와 파키스탄도 이란과 개별 협상을 통해 원유와 LNG 운송 통행권을 확보했습니다. 이란은 이 모든 절차가 자국 주권적 권한 행사라고 주장하지만, 국제 사회는 해협의 자유로운 이용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해운 물류 정보업체 윈드워드는 상업선 움직임이 투명한 감시 체계 밖에서 운영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중국과 일본의 엇갈린 전략
중국과 일본은 같은 해협 통과를 놓고 전혀 다른 접근법을 보여줬습니다. 중국은 이란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며 이란이 정한 규정을 수용했고, 통행료 없이 선박을 통과시켰습니다.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시점에 맞춰 이뤄진 이번 통과는 이란의 대미 메시지로도 해석됩니다.
반면 일본은 외교적 노력을 통해 통행료 없이 선박을 통과시키는 데 집중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 총리가 직접 이란 대통령에게 요청했고, 모테기 외무상은 현지 대사관과 협상해 39척 중 2척의 통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일본 정부는 통행료 지불 의혹을 부인하며, 남은 선박들의 빠른 통과를 위해 외교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 신호
이란의 선별적 통제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던지고 있습니다. 해협 통과가 안정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원유와 LNG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보험료 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양희철 연구소장은 이후 통항 수수료 부과 개념이 강화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협상안을 거절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당장 자유 항행 복구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란은 브릭스 회담에서 미국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추진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쟁 종료 후 이란과 불가침 조약을 논의하는 등 중동 정세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중동 에너지 의존국은 수입 다변화와 비축유 관리 체계 강화를 서둘러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