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선택, 지역에 집중하다
정부가 지난 11일, 2027학년도부터 5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연평균 668명씩 총 3,342명 증원하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이번 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증원된 인원 전원을 ‘지역의사’로 선발한다는 점입니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32개 의대에서 선발된 학생들은 졸업 후 해당 지역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최소 10년간 의무 복무해야 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춘, 과거와는 다른 접근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증원 규모 자체도 2년 전 처음 논의되었던 2,000명 수준보다 대폭 줄어든 490명(2027학년도 기준)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됩니다. 교육부는 이번 달 안에 대학별 정원 배정위원회를 가동해 4월까지 각 대학에 배정 인원을 통보할 예정입니다.
피로에 짓눌린 의료계의 침묵
2년 전,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처음 발표했을 때 전국적인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 휴학이 촉발되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전공의협의회조차 뚜렷한 대응 방향을 내놓지 못한 채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입니다. 많은 전공의들은 1년 반에 가까운 장기 투쟁 동안 학업과 수련이 중단되면서 발생한 개인적 손실을 돌아보며 허탈해합니다.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더 싸울 힘도 없다”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흘러나오고 있죠. 특히 필수과 전공의들은 전문의 자격을 빨리 취득해 개원하는 길을 택하는 실용적인 선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번 증원을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 중심으로 추진하면서, 서울 대형병원 레지던트들의 반발 명분을 일부러 희석시켰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불거지는 새 입시 전략과 우려
정책의 파장은 의료계를 넘어 입시 현장으로까지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지역의사제’ 전형의 도입으로 인해 강원대, 충북대 등 소위 ‘미니 국립의대’의 정원이 최대 80%까지 늘어나면서, 지방 명문고로의 ‘유학’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해당 의대 소재지 또는 인접 지역 고등학교 졸업생에게만 지원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입시 업계는 고교 출신 제한과 장기 의무 복무 조건 때문에 이 전형의 합격선이 기존 ‘지역인재전형’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전략적 학교 선택을 위한 움직임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반면, 일선 의대에서는 급격한 정원 증가에 따른 교육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충북대 의대 관계자는 강의실과 실습 시설 부족을 토로하며 교육의 질 하락에 대한 걱정을 표명했습니다. 환자단체는 정부가 의료계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증원 규모를 지나치게 축소했다며 비판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번 결정이 과학적 추계와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