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집어삼킨 역대급 폭염
2026년 6월, 유럽 전역이 기록적인 폭염에 휩싸였습니다. 서유럽에서 중부 유럽으로 확산된 이른바 오메가 열돔 현상으로 인해 이례적인 고온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독일 기상청은 주말 동안 동부 일부 지역이 42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보했고, 이는 2019년에 기록된 역대 최고 기온마저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스위스 바젤에서는 1947년 이후 80년 만에 기록을 갈아치우는 38도를 찍었고, 영국도 6월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습니다.
이런 극한의 더위는 곧바로 인명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스페인에서는 나흘 사이 더위 관련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섰고, 프랑스에서는 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하던 시민들의 익사 사고가 속출해 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도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서 연령과 관계없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번 폭염은 단순한 여름철 이상기후를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기상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사회 곳곳이 멈추고 인프라도 비상
폭염은 일상과 산업 전반을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의 운영 시간을 단축했고, 영국과 프랑스에서만 수천 개의 학교가 휴교하거나 수업 시간을 줄였습니다. 독일에서는 마라톤과 야외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었고, 고속도로 노면이 갈라지는 등 도로 인프라까지 크게 손상되었습니다. 철도 선로 변형 우려까지 더해져 운행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전력망 역시 극한의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원전 냉각용 강물 수온이 급등해 원자로 가동을 일시 중단해야 했고, 서부 지역에서는 수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겪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에어컨 보급률이 낮아 냉방 인프라가 매우 취약한 편인데요. 특히 낮은 에어컨 보급률과 극한 기후에 대비하지 못한 인프라가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냉방 둘러싼 갈등과 기후 위기의 질문
이번 폭염을 계기로 프랑스를 중심으로 에어컨 확충을 둘러싼 격렬한 정치적 논쟁이 불붙었습니다. 프랑스의 가정 내 에어컨 보급률은 10% 안팎에 불과하고 학교와 병원의 상황도 열악해서 수업과 의료 체계가 마비되기 일보 직전까지 갔습니다. 한편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감축의 입장이, 다른 한편에서는 당장 사람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적응의 입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녹색당 등 환경주의 진영은 냉매 가스와 실외기 열 배출이 기후 악화를 부추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국민연합 등은 냉방을 기본권으로 규정하며 적극적인 설치 확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이 화석연료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없이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하는데요. 당장의 생존과 미래 환경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유럽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