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와 홍해가 동시에 멈춘다면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중동의 원유 수송 동맥이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대안으로 삼아온 홍해 항로마저 예멘 후티 세력의 위협으로 흔들리고 있는데요. 만약 두 수송로가 동시에 막힌다면 세계 원유 공급망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출량의 상당 부분이 지나는 최대 요충지입니다. 그러나 지난 7일 휴전이 붕괴된 뒤 미국과 이란은 7일 연속으로 공습과 보복을 주고받으며 해협을 통과하던 상선마저 표적이 되었습니다. 민간 해운 데이터에 따르면 16일 호르무즈를 통과한 선박은 고작 8척으로, 전쟁 전 하루 평균 125척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이란은 해협 남부 기뢰 구역에서 유조선 폭발을 주장하며 사실상 완전 폐쇄를 선언했고, 미군은 차바하르 항구 감시탑을 파괴하며 상선 추적망을 무너뜨렸습니다.
미국의 공습과 이란의 확대된 보복
사실 이란은 미국 본토가 아닌 주변국으로 보복 범위를 넓히며 압박 수위를 키우고 있습니다. 쿠웨이트의 발전소와 담수화 시설, 그리고 종전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 내 미군 기지까지 공격하면서 걸프 지역 전체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의 군수 인프라와 교량을 집중 타격하며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뉴욕타임스는 압도적인 타격에도 이란이 항복하지 않고 오히려 버티기에 들어갔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동서 송유관을 이용해 홍해 연안으로 원유를 옮겨 수출하는 방식으로 버텨왔습니다. 하루 약 460만 배럴을 홍해로 실어나르며 전쟁 전 수준인 730만 배럴보다는 줄었지만 공급 감소 폭을 최소화해왔는데요. 문제는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인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후티와 사우디 간 휴전 체제가 무너지면서 이 대체 경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유가 급등과 풀리지 않는 악순환
이런 상황에서 국제 유가는 자연스럽게 급등하고 있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88달러를 돌파하며 90달러에 육박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82달러 선까지 올랐습니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두 해협의 장기적 차질이나 사우디 시설 피해가 현실화되면 세계적인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후티가 즉각적인 전면전보다는 협상 카드로 홍해 불안정성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은 공중급유기 증파를 검토하며 확전 준비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없으면 민간 기반시설까지 파괴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상대가 굴복하지 않을 경우 이 전략이 과거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사례처럼 군사적 승리를 최종 승리로 연결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결국 무력으로는 끝내지 못할 갈등이 유가와 물가를 들썩이게 하고 있으며, 통제 불능의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을지 중동 전역이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