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했다.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의혹 자체를 인정한 것은 아니며,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퇴로 민주당은 내년 1월 11일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4명을 동시에 선출하는 보궐선거에 돌입하게 됐다.
쏟아진 의혹들
김병기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호텔 숙박권 수수, 부인의 업무추진비 유용, 아들들의 편입·채용 개입 등 다양하게 이어졌다. 가장 먼저 거론된 것은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은 호텔 숙박권 수수로, 160만원 상당의 숙박권을 가족과 함께 사용한 혐의다. 이는 청탁금지법 위반 및 뇌물 혐의로 영등포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두 번째는 부인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이다. 김 의원 부인이 구의원 시절 270만원 상당을 사적으로 썼다는 의혹이 재수사에 들어갔다. 세 번째는 아들들의 편입·채용 개입 의혹으로, 차남의 숭실대 편입과 장남의 국정원 채용 과정에 보좌진이 관여했다는 혐의가 각각 동작서와 서초서에서 조사되고 있다. 이 외에도 쿠팡 대표와의 오찬, 지역구 병원 특혜 진료, 강선우 의원 공천 의혹 등이 겹치며 사퇴 압박이 거세졌다.
수사 본격화와 통합 수사 가능성
의혹들이 쏟아지면서 경찰 수사도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관련 사건들은 여러 경찰서에 분산되어 있다. 수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경찰청 차원의 통합 수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장은 “각 경찰서에서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판단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김 전 원내대표의 장남은 국정원 비밀 누설 혐의로, 부인은 업무추진비 유용 혐의로 각각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민주당, 후임을 둘러싼 각축전
김병기 원내대표의 사퇴로 민주당은 내년 1월 11일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4명을 동시에 선출하는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다. 이번 선거는 9명의 최고위원 중 절반이 교체되는 중요한 기점으로, 친명계와 친청계 간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친명계는 후임 원내대표도 친명계가 맡아 당정 조율과 지도부 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친청계는 보궐선거와 내년 6월 선거를 연이어 차지해 당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후보군으로는 3선의 박정, 백혜련, 한병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언주 최고위원과 조승래 사무총장도 출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김 원내대표에 패배했던 서영교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대신 보궐선거에 뛰어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임기가 5개월 남은 상황에서 당내에서는 출마를 망설이는 분위기도 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김병기 전 원내대표와 가족들의 법적 책임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후임 원내대표 선출로 당내 갈등을 수습하고 민심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보궐선거 결과가 민주당의 향후 정치 노선과 이재명 정부와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