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가능성과 정치적 관례 사이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직 사퇴 요구를 정면으로 돌파했습니다. 10일 기자회견에서 용 후보자는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이 법률이 허용하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특히 비례대표 의원에게만 사퇴를 요구하는 관행을 두고, 이것이 과거 정치인들 사이의 자리 나눠먹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사권자의 결단에 따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장관직을 수락했다는 입장도 내비쳤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직을 수락할 때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은 의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직무에 전념하기 위한 오랜 정치적 관례라는 겁니다.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에게 폭발물 수거를 요청했고, 나경원 의원은 기본소득당을 보조금 사냥꾼이라 칭하며 용 후보자의 의원직 사퇴까지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이처럼 법적 가능성과 정치적 상식 사이에서 여야의 시선은 정면으로 교차하고 있습니다.
8년 전 기록과 달라진 목소리
겸직 논란 외에도 용 후보자의 과거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참여한 비공개 정파 언더조직 관련 논란인데요. 용 후보자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당시 조직 내 성차별적 문화를 비판하며 동료들의 문제 제기에 공감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2018년 2월 노동당 전국위원회 영상에는 다른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가현 전 알바노조 위원장의 폭로 이후 당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두고, 용 후보자는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 지칭하며 사실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사과문 부결을 요청했습니다. 석 달 뒤 혼전순결과 낙태금지 교육은 사실로 확인됐지만, 당시 용 후보자의 선택은 성평등 가치보다 조직 보호를 우선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낳고 있습니다.
인사청문회 파행과 확대되는 의혹
이런 가운데 인사청문회 절차는 여야 대립 속에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는 증인 채택 문제로 파행되었는데, 국민의힘은 대통령 비서실장과 후보자 가족 등 28명을 증인으로 요구한 반면 민주당은 한덕수 전 총리 등을 요구하며 맞섰습니다. 결국 회의는 취소되었고, 양측은 서로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여기에 경찰 수사까지 착수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용 후보자의 남편 급여 의혹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를 진행 중이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위성정당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드러내며 근본적인 선거제도 개혁 논의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