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반출 허가, 안보와 경제 사이에서 맞선 정부의 선택

M경K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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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달 전 수정 · 2026년 2월 28일 오후 12:50

발행: 2026년 2월 27일 오후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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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8년 만에 구글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조건부 허가했다. 군사시설 가림, 국내 서버 가공 등 엄격한 안보 조건이 부과됐지만, 안보 우려와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 논란은 계속된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 편의 증대와 미래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도 기대되며, 이 결정은 데이터 주권과 경제적 실리를 둘러싼 복합적인 고민의 결과다.

20년 빗장을 연 결정

정부가 구글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했습니다. 2007년 첫 요청 이후 18년 만에 내려진 이 결정은 단순한 기술 허가를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 주권의 경계에서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편리함을, 국내 지도 산업계에는 경쟁 심화라는 도전을 안겨준 중대한 전환점이 되고 있죠. 특히 이번 허가는 군사·보안 시설에 대한 철저한 가림 처리와 데이터 가공 작업의 국내 서버 활용을 필수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미국의 지속적인 비관세 장벽 해제 압박과 국내 관광 및 미래 산업 활성화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내려진 종합적 판단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국민의힘은 이 결정을 강력히 비판하며 즉각적인 문제 제기에 나섰습니다. 당은 “이재명 정부가 미국에 또 무엇을 내줬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핵심 군사 시설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심각한 안보 위협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농산물 시장 개방, 디지털 규제 완화 등 미국의 추가 요구가 예고될 수 있다는 우려도 표명했습니다. 반면, 구글은 이 결정을 깊이 환영하며 한국의 디지털 생태계 발전을 지원할 책임감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안보 장치와 산업계의 걱정

정부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안보였습니다. 허가 조건에는 구글 맵스와 구글 어스 서비스에 노출되는 위성·항공사진에 대해 보안 처리를 완료한 영상만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군사 기지나 주요 국가 시설은 스트리트뷰에서 가려지게 되며, 등고선처럼 안보에 민감한 데이터는 아예 반출 대상에서 제외됐죠. 더욱이 모든 원본 데이터의 가공과 검증은 국내 제휴 기업의 서버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정부는 조건을 위반할 경우 허가를 중단하거나 회수할 수 있는 ‘레드버튼’ 조항도 마련했습니다.

그럼에도 국내 공간정보 산업계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고정밀 지도는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스마트 시티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데, 이를 글로벌 빅테크에 제공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거죠. 한 연구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최대 197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왔습니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구글이 국내에 고정 사업장(데이터센터)을 설치하지 않고도 사업을 확장하면서 조세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구글코리아의 법인세 납부액이 네이버의 4.4%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 대표적 논란입니다.

열린 문과 새로운 기회

이번 결정의 긍정적 효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건 관광 산업의 활성화입니다. 그동안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구글 지도에서 정확한 길찾기 기능을 사용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어왔는데요. 고정밀 지도가 반영되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데이트립의 윤석호 대표는 “한국을 더 매력적인 관광 목적지로 만들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죠. 서울에 집중된 관광 수요가 지방으로 분산되는 효과도 기대됩니다.

더 큰 그림은 미래 산업 경쟁력과 연관돼 있습니다. 정부는 데이터 개방이 자율주행, 로보택시, 도심항공교통(UAM) 등에서 글로벌 표준 선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연세대 홍순만 교수는 “한국 혁신 생태계를 글로벌 가치사슬에 연결하는 제도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죠. 정부는 이에 대응해 ‘공간정보산업 육성 및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3차원 고정밀 지도 구축과 공간 AI 기술 개발을 지원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입니다. 결국 이번 허가는 닫힌 문을 지키는 것보다 열린 문 안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지 고민해야 하는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