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검증은 하루 만에 가능할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하던 시절, 헌법재판관 지명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절차가 특검에 의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핵심은 통상 2~3주가 소요되는 인사 검증을 단 하루 만에 마쳤다는 점입니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법무부, 경찰청, 국정원 등에 대한 정식 검증 의뢰가 생략된 채 ‘문제 없다’는 보고서가 작성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계류 중이던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 심판 등 중요한 사건을 앞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에 유리한 헌법재판관을 급히 임명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지명 과정은 구체적입니다.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 한 전 총리는 4월 7일 김주현 당시 민정수석에게 구두로 후보자 추천을 지시했습니다. 김 전 수석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부장판사 등 10여 명의 명단을 보고하자, 별다른 검토 없이 이들을 후보자로 결정했죠.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외부 기관에 대한 정식 검증 절차를 생략한 채 기존 자료만으로 검증을 마쳤고, 이는 같은 날 후보자들에게 지명 사실이 통보되는 빠른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정치적 계산 속의 지명 후보자들
급하게 지명된 두 후보자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안가 회동’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었고, 함상훈 부장판사는 2400원 횡령 사건에 대한 판결로 법조계 내에서도 논쟁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야당은 이 지명을 두고 ‘내란 잔존 세력의 헌재 장악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지명 과정이 단순한 행정 절차의 생략을 넘어, 특정 정치적 결과를 위한 선별적 조치였을 수 있다는 의혹을 더욱 굳히게 합니다.
당시 대통령실 정무수석실이 작성한 내부 문서는 이러한 의도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보입니다. 문서에는 민주당의 발의로 인해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가능성에 대비해, 한덕수 대행이 재판관 후임자를 지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즉, 헌재의 구성 변화를 통해 탄핵 소추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계산이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한덕수·박성재 사건, 같은 재판부로 몰리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한덕수 전 총리의 사건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사건과 같은 재판부에 배당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재판장)는 박성재 전 장관의 ‘내란 가담’ 및 ‘김건희 여사 수사 청탁’ 의혹 사건도 함께 담당하게 되었죠. 이는 서로 다른 사건이지만, 모두 과거 윤석열 정부와 깊게 연관된 핵심 인물들의 소송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주목도가 극적으로 집중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박성재 전 장관 사건의 요지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계엄 선포 이후 법무부의 대응을 지시하며 내란 범죄에 가담한 혐의이고, 다른 하나는 김건희 여사로부터의 부적절한 청탁을 받고 관련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입니다. 이 재판부는 그동안 한덕수 전 총리의 내란 혐의 사건과 ‘김건희 국정농단’ 특검 사건도 맡아왔습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재판부의 공정성과 정치적 압력에 대한 논란까지 예상하고 있습니다.
재판의 향방과 남은 쟁점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는 몇 가지 핵심 쟁점이 부각될 전망입니다. 첫째, 한덕수 전 총리의 ‘하루 만에 완료된 검증’이 명백한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긴급한 헌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는지에 대한 법리 해석입니다. 특검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검증을 강행했다고 보지만, 한 측은 당시의 특수한 정치 상황을 변호할 수 있습니다.
둘째, 박성재 전 장관의 경우, 당시 지시가 내란 범죄의 공동 실행 행위로 볼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직접적이었는지가 쟁점이 될 것입니다. 수사 청탁 부분에서는 증거의 확실성과 당사자들의 진술이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두 사건 모두 당시 권력의 최심층에서 이루어진 결정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 있었는지, 아니면 그 경계를 넘어선 것인지를 가르는 기준이 명확히 제시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일련의 사건들은 단순한 개별 비리가 아니라, 우리 정치 시스템과 법치 절차의 건강성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재판 과정과 결과가 과거 사건에 대한 법적 평가를 넘어, 앞으로의 권력 행사에 어떠한 기준과 교훈을 남길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