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주목한 빵집, 왜?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달 유흥식 추기경을 통해 대전의 제과점 성심당에 친필 서명이 담긴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교황은 메시지에서 성심당이 ‘모두를 위한 경제’ 모델을 통해 형제애와 연대적 도움을 증진하고, 특히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한 점에 깊은 치하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교황이 직접 빵집을 언급하며 축복을 보낸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왜 교황은 성심당에 주목했을까요? 그 이유는 성심당이 단순한 빵집을 넘어 70년 동안 나눔을 실천해온 ‘선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70년 내내 이어온 나눔의 빵
성심당은 1956년 대전역 광장 노천 찐빵집으로 시작했습니다. 창업주 임길순 씨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성심’이라는 이름에 예수 성심과 성모 성심을 담았습니다. 그는 매일 남은 빵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일을 당연히 여겼고, 이 전통은 2대 임영진 대표와 김미진 이사에게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성심당은 매일 판매하고 남은 빵을 고아원, 양로원, 장애인 시설 등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로로 임영진 대표는 2015년 교황청으로부터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기사 훈장’을, 김미진 이사는 2019년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 훈장’을 받았습니다.
성심당은 교황청과도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198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당시 빵을 봉헌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에는 아침 식사로 성심당 빵이 제공되기도 했습니다. 유흥식 추기경은 대전교구장 재임 시절 성심당과 가까이 지내며 이 같은 나눔을 지켜봤고, 교황에게 성심당 이야기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 추기경은 ‘성심당의 이야기를 교황께 전하자 교황께서도 놀라워하셨다’며 ‘바티칸까지 알려진 선한 경영의 모범’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두를 위한 경제’가 실천된 현장
‘모두를 위한 경제(Economy of Communion)’는 가톨릭 경제 운동의 한 축으로, 인간 중심의 경제와 공동선 실현을 목표로 합니다. 성심당은 1999년부터 이 모델을 경영에 도입해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의 균형을 꾀해왔습니다. 이 운동은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상생 모델을 지향합니다. 성심당은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 대전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당일 생산 당일 소진’ 원칙을 지키며 남은 빵은 꼼꼼히 기부하는 방식으로 지역 사회와 상생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교황은 바로 이 점을 높이 사 성심당의 70년 역사를 축하한 것입니다. 성심당은 오는 1월 5일 창립 70주년 비전 선포식을 열고, 앞으로도 나눔과 상생의 가치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다질 예정입니다. 유흥식 추기경은 ‘성심당의 훌륭한 활동이 계속 이어지기를 격려하며, 동정 마리아와 한국 순교 성인들의 보호를 기원한다’는 교황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성심당의 70년은 한국 사회에 ‘모두를 위한 경제’가 뿌리내릴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