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신청까지 이어진 38일
경찰이 공천 대가로 1억 원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 강선우 무소속 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의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5일 두 사람을 상대로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배임수재·배임증재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2월 말 강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간의 ‘공천 헌금’ 처리 논의 녹취록이 공개된 지 38일 만에 나온 것입니다. 수사는 녹취록에 담긴 “1억 원을 (김경 전 의원으로부터) 받아 사무국장이 보관하고 있다”는 대화 내용을 시작으로 본격화됐습니다.
의혹의 핵심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입니다. 경찰은 당시 재선을 준비하던 김경 전 의원이 강 의원에게 1억 원을 건넨 뒤, 강 의원의 영향력으로 서울 강서구 시의원 후보로 단수 공천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이후 공천을 받아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경찰은 이 돈이 강 의원의 전세 자금으로 사용된 정황도 함께 영장에 담았습니다.
뇌물 아닌 배임죄… 엇갈리는 주장의 줄다리기
흥미로운 점은 경찰이 이번에 ‘뇌물죄’가 아닌 ‘배임수재·증재죄’를 적용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정당의 공천 과정이 국회의원의 ‘공무’가 아니라 ‘당무’에 해당한다는 법리적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뇌물죄는 공무 수행과의 대가성이 인정되어야 하지만, 배임죄는 직무와 무관하게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취득한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혐의를 축소해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계속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더 큰 쟁점은 두 당사자의 진술이 완전히 엇갈린다는 점입니다. 김경 전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강 의원 측에서 먼저 금품을 요구했다”고 진술한 반면, 강선우 의원은 “쇼핑백에 돈이 있는 줄 몰랐다”며 요구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또한 김 전 의원은 “1억 원을 반환한 후 강 의원이 후원금 형태로 다시 주자고 권유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따라 1억 3천여만 원을 ‘쪼개기 후원’한 정황도 제기됐습니다. 강 의원은 이 모든 의혹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며 오히려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불체포 특권의 장벽과 정치적 파장
이번 사건의 향방을 가를 가장 큰 변수는 강선우 의원의 ‘불체포 특권’입니다. 현역 국회의원은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는 체포되지 않는 헌법상 특권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찰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되더라도, 실제로 구속되기 위해서는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어야 합니다. 22대 국회에서 이미 권성동, 추경호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가결된 반면, 신영대 의원의 안건은 부결된 전례가 있어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수사 당국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두 사람에 대한 동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특히 김병기 의원을 향한 수사도 본격화되면서, ‘공천 헌금’을 넘어 더 넓은 정치권 비리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비리를 넘어 정당 공천 시스템의 투명성과 국회의원의 영향력 남용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번 사회에 제기한 셈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 과정의 뒷돈 거래 의혹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의 수사 결과와 정치권의 후속 조치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