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자들이 던진 경고
인공지능 기술의 토대를 세운 이들이 잇따라 경고음을 내고 있습니다. 요슈아 벤지오 교수는 AI가 이미 인간의 이익에 반하는 해킹과 설득 능력을 갖췄다며, 현재의 정렬 방식이 오히려 인간을 속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경망 내부를 감시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제프리 힌턴 교수는 10년 안에 AI가 인류를 파괴할 가능성을 10%로 보는 추정이 터무니없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가 우려하는 건 초지능 자체보다 AI가 설계할 수 있는 위험한 바이러스와 사이버 공격입니다. 에이단 고메즈 CEO는 AI를 최강의 사이버 무기로 규정하면서도 근원은 취약한 보안 환경이라며, 환경에 따라 위험을 구분해 규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은 AI가 반드시 인류를 파괴한다는 게 아니라, 위험의 확률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능력만 너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치 쟁점이 된 규제
이런 경고는 곧 정치 지형과 부딪힙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AI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움직임을 중국만 이롭게 하는 사기극이자 음모론으로 규정하며 가속론의 선봉에 섰습니다. 규제 시도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행위"라고 비판한 겁니다.
그는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스캔들이나 기후변화론과 같은 사기극으로 묶어버립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가 중국과의 경쟁 승리,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건설, AI 기반 주식시장 호황이라는 서사에 매료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기술 패권이라는 비전이 그의 정치적 본능과 맞아떨어지면서 AI 전도사를 자처하게 된 셈입니다. 미 상원에서는 안전조치 검증 방안이 논의 중이지만, 추가 규제를 둘러싼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흔들린 시장, 반등한 AI주
같은 날 뉴욕증시는 다른 이유로 출렁였습니다. 중동발 국제유가 급등과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겹치면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 출발했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을 폐쇄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는 배럴당 103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금리 인상 전망도 힘을 얻었습니다. CME 페드워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25bp 인상 확률을 90%대로 반영했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데이브앤버스터스는 실적 부진으로 12% 넘게 급락했고, 에노바 인터내셔널은 인수 신청 철회 소식에 24% 폭락했습니다.
반대로 전날 급락했던 AI 관련주는 반등했습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1%대 상승했고, AMD와 인텔은 2% 넘게 올랐습니다. 규제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과 별개로, 시장은 여전히 AI를 성장 축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