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90달러 시대, 호르묘즈 안갯속에서
9월 초 국제 유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습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고, 브렌트유 역시 94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7월 이후 최고치를 새로 썼는데요. 이번 급등의 직접적인 불씨는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재개된 것입니다. 특히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관문인 호르묘즈해협에서의 차질 우려가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10월물은 5.2% 급등했고, 브렌트유 11월물도 4.6%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사실 이번 급등은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유 제품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는데, 디젤 선물 가격은 5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크랙스프레드마저 역대 최고 수준을 찍었습니다. 원유에서 정유 제품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가격 전반의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겁니다. 미국석유협회와 에너지정보청의 재고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시장은 WTI가 중기적으로 100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선거 앞둔 백악관의 딜레마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의 움직임은 상당히 복잡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추가 타격을 경고하며 단기 작전임을 강조했지만, 행정부 내부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지지율 하락과 전쟁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로이터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63%가 이란과의 전쟁에 반대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기 임기 최저인 33%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런 정치적 환경 속에서 밴스 부통령이나 루비오 국무장관 등 핵심 참모들은 선거 전까지 갈등 확대를 최대한 억제하자는 기류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당층에서조차 민주당 지지율이 공화당을 앞서는 상황이라, 선거 전 확전은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입니다.
당연히 행정부는 군사 행동 대신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베선트 재무장관이 G20에서 이란 은행 제재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보복은 불가피하다는 점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의 악순환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연준의 입장도 점차 강경해지고 있습니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완화되지 않으면 단호하게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잭슨홀 미팅 이후 이어지는 매파적 기조입니다.
이런 발언들이 쌓이면서 시장은 9월 중순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금리 인하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흐름입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추가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도 궤를 같이하는 모습입니다.
물가와 금리,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데 엉킨 상황입니다. 중동의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고, 이는 다시 긴축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유가가 중기적으로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정치권의 선거 계산이 중동 정세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