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간 사라진 833억 원
IBK기업은행 중국법인에서 발생한 833억 원대 금융사고가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약 7개월간, 현지 온라인 대출 플랫폼이 고객들의 원리금 상환액을 가로채는 동안 기업은행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는데요. 이 사고는 단순한 외부인 사기를 넘어, 해외법인 내부통제의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대출금은 직접 실행하면서 원리금 회수는 외부에 맡긴 구조적 모순이 사고를 키운 핵심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사고의 발단은 비대면 대출 구조에서 시작됐습니다. 기업은행 중국법인은 현지 금융기관과 협약을 맺고 온라인 대출 플랫폼을 통해 차주를 모집했는데, 대출금은 은행이 직접 집행하면서 원리금 회수는 플랫폼 업체가 지정한 계좌로 받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플랫폼 업체는 이 틈을 노려 상환 계좌를 임의로 변경하고, 고객들이 납입한 자금을 유용한 뒤 전산상으로는 정상 상환된 것처럼 조작했습니다.
당연히 가장 큰 피해는 고객들에게로 돌아갔습니다. 실제로 빚을 갚은 차주들이 은행 전산에는 연체자로 남아 있었고, 이들 중 일부는 부당한 추심과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2차 피해를 겪어야 했습니다. 기업은행은 매일 원리금 상환 내역을 대조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자금 흐름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고 이상 징후를 놓친 채 수개월이 흘렀습니다.
타 금융기관은 멈췄는데 기업은행은 몰랐다
사실 이번 사고는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올해 3월에서 4월 사이, 중국 내 다른 금융기관 5곳이 이미 해당 플랫폼 업체를 협력사 명단에서 제외했습니다. 동종 업계가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거래를 중단한 사실이 분명했음에도, 기업은행은 사고가 발생한 뒤인 6월에야 이 사실을 파악했는데요. 외부 환경 변화를 읽지 못한 해외법인의 위험관리 체계에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난 부분입니다. 다른 은행들이 움직였을 때 기업은행은 왜 같은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문제는 이번 사고가 유일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업은행은 최근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외부인 사기와 부동산 대출 사건을 연이어 공시했습니다. 부동산 대출 사기의 경우 초기 공시보다 피해 규모가 대폭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국책은행으로서 자금 관리와 내부통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기업은행은 사고 이후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차주가 직접 상환 내역을 조회하고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는 이미 발생한 사고를 막기 위한 사후 보완 조치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감독 당국의 뒷북 대응도 도마 위
금융감독원의 대응 역시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으로부터 사고 보고를 받고도 대면 조사나 현장검사 없이 종결 보고를 기다리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인데요. 사고 예방보다 사후 처리에만 몰두하는 감독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종결 보고만 기다리는 뒷북 감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은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쟁점입니다.
신동욱 의원을 비롯한 국회에서는 기업은행의 허술한 내부통제와 금감원의 미온적인 대응을 동시에 질타하고 있습니다. 대출금은 직접 실행하면서 회수는 외부에 맡긴 구조적 모순, 그리고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해외법인 관리 체계가 반복되는 금융사고의 본질이라는 지적입니다. 현지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최종 손실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