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오픈런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로 높여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은행 창구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재개한 지 단 이틀 만에 한도가 소진되어 다시 중단했는데요. 상담사 1인당 하루 접수 건수를 1건으로 제한하고 접수 시간까지 줄였음에도, 대기 수요가 몰리며 선착순 대출 형태가 되풀이되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 최대 한도를 3억 원으로 묶었고,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월 10억 원 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도 모기지신용보험과 보증 제한을 풀지 않았으며, 카카오뱅크 역시 일별 한도 관리로 비대면 주담대 신청이 조기 마감되는 상황입니다. 규제 완화라는 정책 방향과는 정반대로, 현장에서는 여전히 대출 문턱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겁니다.
늘어난 한도는 어디로 갔나
당국이 확대한 대출 한도가 일반 실수요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늘어난 여력의 상당 부분이 재건축·재개발 이주비와 신축 아파트 중도금·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에 우선 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반 가계대출과 별도 관리되는 이들 자금은 주택 공급을 위한 것이라 실수요자들의 자금 마련과는 직접적인 연결이 어려운 구조입니다.
거기에 더해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이 이미 기존 목표치를 2조 원 이상 초과한 상태라, 추가로 배정된 물량마저 기존 초과분을 흡수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결국 정책적으로 늘어난 숫자만큼 실제 현장에서 새로운 대출로 이어질 수 있는 여력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은행들이 여전히 보수적인 운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높아진 문턱 앞에서의 실수요자들
실수요자들이 마주한 상황은 한층 더 어려워졌습니다. 지난 3일 기준 은행권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7.17%까지 올랐는데요. 이는 지난해 말보다 0.9%p 상승한 수치로, 대출을 받더라도 감당해야 할 이자 부담이 상당히 커졌습니다. 금리와 부동산 시장 여건이 변하지 않는 한 은행들은 당분간 기존의 제한 조치를 완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들은 대출 가능 여부와 시기를 여러 은행에 미리 확인하며 발품을 팔아야 하는 실정입니다. 정책의 취지는 실수요자의 자금 마련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었지만, 현장의 체감 효과는 아직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은행권의 한도 관리 기조와 높은 금리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기 전까지는 대출 오픈런과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