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안의 현실적 굴레
정부가 추진하는 실거주 중심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여당의 반발과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에서 거주 여부를 빼 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는데요. 정부안은 실거주자의 기본공제를 14억 원으로 올리면서도, 비거주자는 9억 원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세 부담으로 직결되는 문제라 논란이 커졌습니다.
민주당은 비거주 사유를 학교와 직장, 부모 봉양뿐 아니라 육아와 양육까지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부는 이에 공감대를 표했습니다. 다만 거주와 비거주를 아예 동일하게 적용하자는 당의 요구에 대해서는 기존의 실거주 중심 기조를 유지하면서 예외를 넓히는 선에서 타협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벌써 움직이고 있습니다
당정이 세제 완화 가능성을 논의한 효과는 서울 강남권에서 빠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급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1억~2억 원가량 올리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는데요. 이는 세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집값에 선반영된 결과입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세제 완화 기대감이 형성되면 국지적 가격 조정이 멈출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정책의 일관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당정 협의를 생색내기용 쇼라며, 땜질식 처방이 아닌 보유세 폭탄 기조 자체의 전면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참여연대는 고가 1주택자 특혜 확대라며 과세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정부가 불과 몇 달 전 확정한 정책을 뒤집는 모습에 시장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급 확대와 남은 과제
당정은 세제 논란과 별개로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에도 손을 잡았습니다.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서울시장에서 구청장으로 이양하는 내용이 핵심인데요. 이를 통해 사업 기간을 3~5년 단축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민주당은 용산공원 부지 활용 가능성까지 열어두자고 제안하며 공급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먼저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구윤철 부총리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비거주 사례는 과감하게 거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세제의 큰 틀을 수개월 만에 뒤집는 모습은 대출 규제를 믿고 집을 판 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수정 세제 개편안이 9월 3일 국회에 제출되기까지 거주 기준을 어디까지 완화할지, 그리고 공급 대책이 실제로 속도를 낼 수 있을지가 향후 부동산 시장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