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립 속 이란 원유, 끊기지 않는 공급망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들을 겨냥한 2차 제재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습니다. 지난 2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내가 안 하고 있다고 누가 그랬나"라고 반문하며, 모든 계획을 미리 발표할 필요는 없다는 뜻을 내비쳤는데요. 이는 지난 24일 베선트 재무장관이 발표한 '경제적 왕따 작전'의 연장선으로,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압박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반면 이란은 원유 수출이 단 한 순간도 중단된 적이 없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모흐센 파크네자드 이란 석유부 장관은 판매량이 일부 줄었지만 먼 해역의 고객들에 대한 인도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란이 제재 속에서도 수출을 이어갈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이라는 최대 고객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80% 이상을 수입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의 제재 강화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압박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사회의 분열과 외교적 시도
미국의 강경 기조에도 국제사회는 단일 대열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이어 파키스탄까지 공개적으로 제재 동참을 거부했는데요. 파키스탄 외교부는 미국의 일방적 제재가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습니다. 중국 역시 극단적인 압박은 갈등만 심화시킬 뿐이라며 자국의 권익 수호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카타르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 겸 외교장관이 이란을 방문해 호르무즈 해협 내 기뢰 제거를 위한 공동 프로젝트 시행 방안을 논의했는데요. 이는 군사적 충돌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교적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미 있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다만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통제권을 장악하고 있다며 기뢰 제거 성과를 내세우고 있어, 해협을 둘러싼 세력 간 대립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파국으로 치닫는 이란 경제와 내부 통제
제재와 해상 봉쇄의 여파는 이란 내부에 뼈아픈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리알화 가치가 달러당 205만 리알까지 폭락하면서 초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고, 식용유와 닭고기 등 서민 물가는 70% 이상 급등했습니다. 연료 부족으로 주유소에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식량 사재기 공포가 확산되면서, 지난 2월 이후 잠잠했던 노동계 시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에 이란 정부는 호세인 타에브를 바시즈 민병대 사령관으로 복귀시키는 등 사회 통제권 강화에 나섰습니다. 경제난 속에서도 이란 지도부는 자급자족 기조를 고수하며 정책 변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데요. 미국은 경제적 압박을 통해 협상을 유도하고 있지만, 이란이 이를 국가 존립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한 민생 악화만으로 상황이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