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중심으로 바뀐 종부세 기준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이 부동산 시장에 큰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기존의 주택 수 중심에서 주택 가액과 실거주 여부 중심으로 바꾸는 것인데요. 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되는 반면,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으로 낮아지면서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공시가격 20억원 주택 기준으로 비거주자의 과세 대상 금액이 크게 증가한 셈입니다.
이러한 방침은 투기적 보유를 억제하려는 취지지만, 현실에서는 불가피하게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직장 발령이나 자녀 교육, 부모 봉양, 임대차 계약 등 본인 의사와 무관한 상황까지 세금으로 벌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겁니다.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는 입법예고 9일 만에 9,000건이 넘는 의견이 쏟아졌고, 여당에서도 예외 사유 확대를 요구했습니다.
공동명의가 단독명의보다 불리한 구조
이번 개편안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쟁점은 부부 공동명의에 대한 대우입니다. 기존에는 부부 각각 9억원씩 총 18억원의 기본공제가 가능했는데, 개편안에서는 비거주 시 부부 합산 공제액이 8억원까지 낮아집니다. 문제는 같은 비거주 조건에서 단독명의는 9억원 공제가 유지되는 반면, 공동명의가 1억원 더 불리해진다는 점입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이를 여성의 재산권을 위협하는 후진적 조치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습니다. 공동명의가 여성의 가사 및 육아 기여를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세제 설계에 성 평등 관점이 빠져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입니다.
당연히 정부는 이러한 여론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육아와 가족 돌봄을 실거주 인정 예외 사유에 추가하고, 재건축이나 임대차 계약 등으로 입주가 어려운 경우 예외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재정경제부는 9월 3일 국회 제출 전까지 보완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에 대한 국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이 꼽은 보완 과제와 시장 전망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최근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전문가들의 쓴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실거주 기본공제 상향 외에는 대부분 증세 요인이라며, 고가 주택 기준을 17억원 정도로 상향하고 비거주 특례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중교 연세대 교수는 부득이한 비거주 인정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도 현실에 맞게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반면 초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의견이 갈립니다. 강성훈 한양대 교수는 보유세 강화가 임대시장 불안을 초래하고, 초고가 주택 수요가 그 아래 가격대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집주인들이 세 혜택을 위해 실거주로 돌아서면 전월세 매물이 줄어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이 커질 수 있습니다. 미국 LA나 샌프란시스코의 사례에서도 초고가 주택에 세금을 올렸다고 해서 집주인들이 팔고 나가지 않았고, 오히려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금 정책만으로 고가 주택 시장을 잡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물론 정부는 주식시장 관련 세제도 함께 손질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반발이 컸던 ISA 납입한도 이월 폐지와 계약기간 제한은 기존 혜택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었고, 주가 누르기 방지법 역시 소명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 재검토 대상에 올랐습니다. 다만 부동산 세제의 복잡성을 줄이고 세입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등 남은 숙제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정부가 다음 달 초 국회에 제출할 수정안에 이런 우려가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