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부담이 된 대규모 담합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최근 설탕, 밀가루, 전기 등 생활 필수품 시장에서 드러난 대규모 담합 실태에 대해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혔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 밀가루 시장에서는 5년간 6조 원대, 설탕 시장에서는 4년간 3조 원대의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 가격은 밀가루의 경우 최대 42%, 설탕은 66%까지 폭등하며, 그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의 등골로 전가된 상황입니다. 법무장관은 이 같은 불공정 행위에 대해 '회사도 내 인생도 망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처벌 강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대규모 담합이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담합에 연루된 기업들 중 상당수는 과거에도 동종 범행으로 여러 차례 적발된 전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현재의 제재 수위가 경고 효과를 내기에는 턱없이 약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수사 과정에서 나온 '담합 아닌 게 어디 있나', '재수 없게 걸린 것'이라는 업체 관계자들의 대화는 담합 행위 자체에 대한 도덕적 경각심이 현저히 떨어져 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솜방망이 처벌이 만드는 악순환
담합이 근절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입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담합 가담자에 대한 형량은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2억 원 이하에 불과합니다. 이에 비해 미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최고 징역 10년까지 선고가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담합 이익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적은 위험부담만 감수하면 되는 셈이죠.
이러한 법적 틈새는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깁니다. 담합으로 얻은 초과 이익이 거액의 과징금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들은 일종의 '사업 비용'으로 여기기 쉽습니다. 설령 적발되더라도 임직원들은 대부분 경미한 처벌을 받거나 집행유예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조선시대 '허생전'의 매점매석이 현대판 담합으로 재현되고 있지만, 처벌의 강도는 수백 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최근 밀가루와 설탕 가격 인하 조치도 수입 원자재 가격 하락분을 고려하면 실질적 효과가 미미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의 방향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정형 상향과 공소시효 연장 등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법무장관이 제안한 것처럼 개인에 대한 형사 처벌을 대폭 강화해, 담합을 모의하는 순간부터 실질적인 위험을 느끼게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등 수사기관 간의 협력 체계를 효율화해야 합니다. 현재 공정위의 형사고발이 제한적이어서 수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또 다른 대안은 자진 신고 감면 제도(리니언시)의 활성화입니다. 담합 카르텔 내부에서 최초로 신고한 기업에게 과징금을 대폭 감면해 주는 이 제도는 담합 구조를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신고 창구가 명확하지 않고, 신고 후 보복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쉽게 나서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담합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합리적인 선택'으로 작동하는 현재의 위험-이익 구조에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과 임원 개인이 담합을 결코 '합리적인 선택'으로 여기지 않도록 제도적 환경을 근본부터 바꾸는 작업이 시급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