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백신 2%대, 연구기관 보안 '낙제점'
원자력과 우주항공, 첨단 IT 기술을 다루는 국책 연구기관들의 전산 보안 실태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사원이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6개 기관을 감사한 결과를 보면 기본적인 보안 장치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았습니다.
특히 서버 보안 상태는 우려를 넘어 충격적인 수준이었는데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제외한 5개 기관이 운용하는 서버 1만 7천여 대 가운데 백신 프로그램이 설치된 곳은 고작 374대, 전체의 2.2%에 불과했습니다. 백신 설치가 의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안을 방치한 결과인데, 감사원이 251대를 정밀 검사한 결과 21대에서 38종의 악성 프로그램이 그대로 발견되었습니다. 해킹 위험이 높은 필수 업데이트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국가 핵심 기술이 무방비로 노출된 셈입니다.
퇴직자가 하드디스크를 뜯어 가도
하드디스크 관리는 더 심각했습니다. 최근 1년간 6개 기관에서 690개의 하드디스크가 업무용 PC에서 무단으로 분리되었는데, 이 가운데 퇴직자가 사용했던 39개 중 12개는 아직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중요 연구 자료가 담긴 저장 장치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구체적인 유출 사례도 적발되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대학으로 이직한 전 직원은 보안 과제가 포함된 파일 6만 956개가 담긴 하드디스크를 그대로 반출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퇴직자들은 설계 도면이 포함된 파일 1만여 개의 암호를 해제한 뒤 하드디스크를 떼어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연구 기관 내부에서조차 물리적 접근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민간엔 엄포 놓고 공공은 방치
이런 가운데 정부의 이중적 태도에 대한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SK텔레콤 등 민간 기업의 정보 유출에는 과징금과 강력 제재를 내리면서 정작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보안 관리는 소홀히 해왔다는 비판입니다. 국립외교원이나 국군의무사령부 사고에서도 뒤늦은 공개와 미흡한 대응이 이어졌는데, 자기 집 안은 돌아보지 않고 민간에만 엄격한 잣대를 대는 모습이라는 겁니다.
감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주항공청에 보안 체계 전면 보강을 주문했습니다. 소재 불명 하드디스크에 대한 즉각적인 추적과 수사 의뢰도 요구된 상태입니다. AI 시대를 맞아 중국이나 북한 등의 사이버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국가 전략 자산을 지키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