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심각한 보안 허점
정부의 핵심 업무 시스템인 '온나라시스템'이 무려 3년 동안 해킹당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2022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해커들은 공무원들의 인증서를 이용해 정부 내부망에 자유롭게 드나들며 자료를 열람했는데요, 정부는 이 사실을 지난 7월에야 인지했습니다. 국정원 조사 결과 650명 분의 행정전자서명(GPKI) 인증서가 유출되었고, 이 중 12명은 비밀번호까지 함께 탈취된 상태였습니다.
해커들은 재택근무 등 외부에서 로그인하는 컴퓨터를 노려 공격을 감행했고, 탈취한 인증 정보로 공무원을 사칭하며 원격 접속 시스템을 통해 침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통일부 정치군사분석과 직원 계정으로 '메모' 항목을 확인하고, 해양수산부 직원 계정으로도 접속한 흔적이 발견되면서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3년간 방치된 보안 구멍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해킹 피해가 3년 가까이 방치됐다는 점입니다. 국정원은 지난 7월 초에야 해킹 첩보를 입수했지만, 그동안 해커들은 6개의 인증서와 6개의 IP 주소를 이용해 정부망에 접속했는데요, 정부는 이 사실을 두 달 넘게 공개하지 않다가 뒤늦게 브리핑을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런 장기간의 해킹 피해가 적발되지 않은 것은 정부 전산망 관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원격근무 시스템 사용자 6만 5천 명 중 1%에 해당하는 650명의 인증서가 유출되었지만, 대부분 유효기간이 만료된 과거 인증서였습니다. 다만 유효기간이 남아있는 3건의 인증서는 즉시 폐기 조치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원격근무 환경의 보안 취약성이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누가, 왜 정부망을 노렸나
해외 보안 매체 '프랙'은 이번 해킹의 배후로 북한 해커 조직 '김수키'를 지목했지만, 국정원은 아직 기술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입니다. '프랙'은 지난 8월 'KIM'이라는 해킹 서버를 해킹해 한국 정부가 해킹당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정부는 해커들이 다양한 경로로 공무원들의 GPKI와 패스워드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발 공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는 겁니다. 해커가 한글을 중국어로 번역한 기록과 대만 해킹 시도 정황이 확인되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국정원은 해외 정보협력기관 및 보안업체와 협력해 공격 배후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
정부는 해킹 사실을 인지한 후 원격근무 시스템 접속 시 ARS 등 2차 인증을 적용하고, 온나라시스템 접속 인증 로직을 변경하는 등 보안 강화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해커가 열람한 구체적인 자료 내용과 피해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온나라시스템의 해킹 피해가 생각보다 광범위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3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해커들이 접근한 정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향후 행정전자서명 기반 인증 체계를 생체 기반 복합 인증 수단으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모바일 공무원증 등 안전한 인증 수단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과 함께 지속적인 보안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과제
이번 사태는 정부의 사이버 보안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SK텔레콤 유심 해킹, KT 서버 해킹, YES24 등 다양한 기업에서 잇따른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습니다.
국정원은 현재 해커가 열람한 구체적인 자료 내용과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는 국회에 보고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은 단발성 조치가 아닌 지속적인 보안 강화 시스템 구축입니다. IT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킹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대비가 필수적인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