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틈탄 기업들의 이중 플레이
최근 물가 상승이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원가 상승을 핑계로 가격을 올리면서도 뒤로는 세금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국세청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독과점, 외식 프랜차이즈, 가공식품 등 민생 밀접 업종 117개 업체를 세무조사한 결과, 114개 업체의 탈세 행위를 적발해 총 3,195억 원을 추징했습니다. 총 탈루 규모는 7,698억 원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상위 10개 업체가 추징액의 78%인 2,480억 원을 차지했습니다.
사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탈세 적발을 넘어, 기업들이 어떻게 시장 지위를 악용해 부당 이익을 챙겼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집과도 같습니다. 소비자는 물가 상승 분을 떠안고, 일부 기업은 그 틈을 타 배를 불렸던 셈입니다.
슈링크플레이션부터 가공급여까지
적발된 업체들의 수법은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점은 모두 교묘하게 회계를 왜곡했다는 겁니다.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 일부는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사실상 가격을 올린 뒤, 특수관계법인에 원재료를 고가로 매입하거나 계열사 비용을 대납하는 방식으로 법인소득을 탈루했습니다. 한 F&B 업체는 이 방식으로 700억 원가량의 소득을 숨겼고, 약 200억 원의 세금이 추징되었습니다.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는 수입 원두 가격 상승을 이유로 커피값을 올렸으나, 정작 사주 일가에게 가공급여 명목으로 20억 원을 유출하고 자녀에게 부동산 및 주식 취득 자금 40억 원을 증여세 신고 없이 지원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종합식품 제조업체는 시장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5% 인상한 뒤, 접대성 판매장려금 200억 원을 물류비로 변칙 처리하고 계열사에 이익을 몰아주어 약 200억 원이 추징되었습니다. 이처럼 가격 인상의 명분과 실제 자금 흐름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던 겁니다.
3천억 추징 뒤에 남은 과제
유형별로 보면 독과점 지위를 남용한 9개 업체에서 무려 1,809억 원이 추징되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외환 부당유출 및 할당관세 악용은 585억 원, 불공정 행위를 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359억 원 순이었습니다. 국세청은 고의성이 짙은 33건에 대해 범칙 처분을 내리고, 그중 13건은 수사기관에 고발했습니다.
당연히 이번 조사는 민생 경제에 대한 신호탄으로 읽힙니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독과점 및 민생 밀접 업종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상위 소수 업체가 추징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점은, 탈세가 특정 대형 기업 집단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주어 시장 공정성을 담보할 추가적인 제도적 정비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