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과 가뭄이 동시에 덮친 유럽의 여름
2026년 7월, 유럽은 폭염과 산불, 가뭄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프랑스 남서부에서 번진 불길은 동쪽으로 이동해 그리스와 튀르키예까지 확산되었는데요. 튀르키예에서는 100건이 넘는 화재가 잇따랐고, 그리스 남부에서는 8천여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영국에서도 잉글랜드 지역 절반 이상에 가뭄이 선포되는 등 유럽 전역이 기록적인 더위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럽 최대 하천 중 하나인 다뉴브강이 역대급 저수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6개월 넘게 이어진 가뭄으로 강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수위가 낮아졌는데, 이는 단순한 기상 이변을 넘어 에너지와 물류를 동시에 위협하는 복합 재난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특히 다뉴브강은 유럽 내륙의 전력과 물동량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인데, 이 강이 마르다시피 하면서 유럽 전체의 동맥이 막히는 격이 되었습니다.
강물이 줄자 원전 가동이 멈췄습니다
다뉴브강의 급격한 수위 하락은 원자력발전소들을 직접 멈춰 세웠습니다. 헝가리 팍스 원전은 강물 수위가 23cm까지 낮아지자 원자로 4기 중 1기의 가동을 중단했는데요. 현재 수위는 1980년대 설계 당시 가정한 '100년 빈도 최저 수위'보다 1m 이상 낮은 수준이라, 기후변화가 과거의 설계 기준을 이미 넘어섰음을 보여줍니다.
헝가리 국영 전력회사는 상황이 더 악화되면 24~72시간 안에 원전을 전면 정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팍스 원전은 헝가리 전체 전력의 약 절반을 생산하는 핵심 시설이라 장기 중단은 국가 전력 수급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겁니다. 루마니아의 체르나보다 원전 역시 유량이 예년의 1/3 수준으로 급감하자 1호기 가동을 멈췄고, 프랑스와 스위스에서도 냉각수 문제로 여러 원자로의 출력이 제한되었습니다. 원전이 냉각수 부족으로 멈추는 현상은 과거에는 드물었지만, 이제는 유럽의 전력 안보를 위협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물류마비와 빙하기의 유산
다뉴브강의 가뭄은 에너지 문제만은 아닙니다. 수심이 낮아지면서 선박 운항이 제한되었고, 독일에서 루마니아까지 유역 국가들의 물류에 큰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불가리아에서는 유람선이 좌초해 관광객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고, 강물이 낮아지면서 빙하기 매머드의 뼈가 드러나는 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원전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극한 기후로 인해 냉각수 취수 환경 자체가 변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당연히 취수구 개선이나 냉각 시스템 보강 같은 기후 적응형 설비 투자가 시급해졌고, 원전 확대 정책과 더불어 종합 에너지 전략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유럽이 직면한 이번 위기는 기후변화가 에너지 인프라의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로, 전 세계가 주목해야 할 과제를 던져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