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0원대까지 밀린 환율,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7월 7일부터 8일 사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장중 한때 1,510원대까지 내려간 것은 지난 6월 17일 이후 약 3주 만의 최저 수준이며, 서울 장 종가 기준으로도 1,515원대에 마감했습니다. 이번 환율 하락은 단순한 단기 조정을 넘어 여러 복합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가장 먼저 엔화 강세와 한일 외환당국 간의 긴밀한 공조 가능성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본의 미무라 아츠시 재무관은 한국투자공사 도쿄지사 개소식에서 한국 외환당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 발언이 전해지면서 달러·엔 환율은 161엔 중반대로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도 이와 동조화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시장에서는 거래가 얇은 시간대에 외환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추정되는 매도 물량까지 출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소식이 달러 유입 기대감을 키운 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상장 규모인 280억 달러의 수배에 달하는 수요가 몰렸다는 전언이 나오면서 관련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단기적 수급 요인과 정책적 신뢰 회복이 맞물리면서 환율은 이례적인 속도로 밀려났습니다.
호르무즈 긴장과 유가 급등, 낙폭을 제한한 변수
반면 환율 하락세를 온전히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변수도 동시에 존재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무인항공기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유조선이 피해를 본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란 대변인은 선박들이 협의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했다며 사실상 공격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미국 재무부는 이란산 원유 및 석유 제품 판매 허용 면허를 폐지하며 제재를 복원했고,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4달러 선까지 급등했습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는 달러인덱스를 다시 101선 위로 밀어 올렸고, 원·달러 환율의 낙폭을 일부 제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사실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은 단기적으로 달러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하는 전형적인 요인입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중동전쟁 상황과 미국의 금리 등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현재의 고환율에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호실적에도 급락, 반도체주 변동성 확대
환율 시장이 숨 가쁘게 움직이는 사이 자본시장은 또 다른 충격에 직면했습니다. 삼성전자가 2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6.92% 급락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4.65% 끌어내렸습니다. 시장 기대치가 워낙 높았던 탓에 영업이익 89조 4천억 원이라는 성적도 완벽한 선방으로 읽히지 못한 겁니다. 외국인 차익실현 매물까지 겹치면서 코스피 지수는 크게 출렁였습니다.
다만 키움증권 등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선행 PER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인 6.6배까지 하락했다며 밸류에이션 하락 폭이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실적 피크아웃 신호가 뚜렷하지 않다는 전제 하에, 현재 지수대는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4분기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유효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