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에 숨 넘어가는 농축산 현장
2026년 7월,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축산 현장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부산 지역만 해도 소와 돼지, 닭, 오리 등 5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무더위에 노출되었고, 경기도에서는 269개 농가에서 약 8만 6천 마리가 폐사했습니다. 전국적으로는 이미 36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가축들의 피해는 특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땀샘이 없어 체온 조절이 어려운 돼지는 축사 온도가 27도만 넘어도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는데요. 냉방 장치를 가동해도 내부 온도가 30도를 웃돌면서 사료 섭취량이 줄고 면역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양돈 농가에서는 돼지가 폐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농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닭 역시 피해가 큽니다. 경기도 안성의 한 산란계 농가에서는 야외 기온이 35도를 넘으면 하루에 수백 마리씩 죽는다고 전했습니다. 산란율도 약 10%가량 떨어져 농가의 경제적 타격이 직접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젖소 농가 역시 더위에 지친 소들이 사료를 거부하면서 우유 생산량이 30% 이상 급감하는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냉방도 지원도 부족한 현실
폭염 속에서 농가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가축을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축사 지붕에 우레탄폼을 시공하거나 쿨링패드를 설치하는 등 단열과 냉방 시설을 보강하고 있죠. 하지만 오래전에 지어진 축사의 경우 패널 두께가 얇아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설 개선과 냉방 비용은 결국 농가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쿨링패드는 먼지가 많은 축사 환경 때문에 3년마다 교체해야 해 유지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일부 농가는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차단막을 설치하는 임시방편으로 무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부산시 농업기술센터가 현장 지도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시설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가축뿐 아니라 농작물 피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논바닥이 갈라지고 벼 잎이 처지는 등 생육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병해충 발생도 늘면서 생산량과 품질이 동시에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일부 농민은 밭작물의 경우 수확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보상 사각지대를 둘러싼 고민
이번 폭염을 겪으면서 드러난 제도적 허술함도 농민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습니다. 가축재해보험을 통해 피해 보상을 받으려면 폭염특보가 3일 이상 지속되어야 하는데, 이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축이 폐사한 뒤 3일이 지나면 사체가 부패해서 원인 확인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보험 기준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피해 농가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전국적으로 36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폐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보상을 받는 농가는 극소수에 불과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농민들은 불합리한 보험 체계를 개선하고, 기후 위기로 인한 가축 피해를 실질적으로 보전할 수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폭염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축산업의 취약한 인프라와 제도적 공백을 드러낸 사건입니다. 당장의 냉방 지원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후 변화에 대비한 축사 시설의 표준화와 합리적인 보상 체계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폭염이 끝나도 농축산 현장이 입은 상처는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