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사이에 낀 한국의 고심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두고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외교적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미국은 한국이 중동 원유의 주요 수입국임을 내세우며 군사적 자원 전개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거 한국의 지원 거절에 불만을 표시하며 동맹국의 직접적인 참여를 거듭 요구했습니다.
반면 이란은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 활동에 관여할 경우 이를 대이란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레바논 매체 알마야딘을 통해 고위 당국자가 밝힌 이 메시지는 단순한 위협을 넘어 한국에 대한 직접 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비전투 자산 중심의 파병을 검토하고 있지만, 최종 결단은 아직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파병을 둘러싼 찬반과 외교적 딜레마
현재 정부 안에서는 P-8A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소양함, 폭발물처리반 등 약 150명 규모의 비전투 전력 파견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한반도 대비 태세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실질적 기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이재명 대통령 역시 관련 사안에 대해 진척된 바가 없으며 매우 어려운 결정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비전투 임무를 표방하더라도 이란이 이를 군사적 개입으로 판단할 경우 위험은 커집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 일부 언론은 파병이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는 헌법 정신에 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비전투 전력이라도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될 경우 전쟁 당사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중앙일보는 이번 파병을 한미 동맹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시험대이자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방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치권 공방과 불투명한 전망
국내 정치권에서도 파병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가 6개월 넘게 결단을 미루며 외교적 입지만 흔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노무현 정부가 이라크전 발발 한 달 만에 파병을 단행한 사례를 들며 현 정부의 결단력을 질책했습니다.
이와 달리 범여권과 진보 진영은 미국의 불법 전쟁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는 과거 이라크 파병으로 인한 당내 분열의 트라우마가 작용하며 신중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파병은 한미동맹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중대한 시험대이자, 국가 안보의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 파병이 추진될 경우 국회 동의 등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정부의 최종 선택은 당분간 주목받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