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고용통계가 발표되면서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 7.7%인데요. 이 수치는 2021년 2월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기록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 수는 23만 4천 명이 늘어 석 달 만에 20만 명대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고용 지표가 보여주는 이 명암은 한국 노동시장의 깊은 균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죠.
60대는 늘고 20대는 줄고
전체 취업자 수 증가의 한가운데에는 뚜렷한 세대 간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60세 이상에서만 28만 7천 명의 취업자가 늘어난 반면, 20대에서는 16만 3천 명이 줄었습니다. 30대는 8만 6천 명 증가해 중장년층의 고용이 전체 수치를 견인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고령층과 청년층의 고용 추세가 갈라지는 ‘고용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겁니다. 산업별로는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이 큰 폭으로 취업자를 늘렸는데, 이는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수요 증가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한편, 오랜 시간 한국 제조업의 버팀목이었던 제조업과 건설업은 각각 20개월, 22개월째 취업자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일자리의 감소는 청년층의 취업 통로를 원천적으로 좁히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더욱이 그동안 고용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던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에서 10만 명 이상의 취업자가 감소한 것은 새로운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AI의 그림자와 좁아진 신입 문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의 취업 감소는 단순한 경기 변동보다 구조적 변화의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정보통신업에서도 4만 명 이상의 일자리가 줄었는데, 통계 당국 역시 이번 감소가 AI 도입 등 구조적 변화의 영향일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기술 발전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인 고용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입니다.
취업 시장 내부에서도 청년들에게 불리한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채용 관행이 경력직 위주로 기울면서 신입사원 채용 문턱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한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적정 나이’가 남성 30.4세, 여성 28.2세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이미 직장 경험이 있는 이들이 신입 채용에 다시 도전하는 현상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결국, 청년들은 AI라는 새로운 변수와 더불어 좁아진 채용 시장 안에서 더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이중고에 놓인 겁니다.
창업 지원과 한계점
이런 가운데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법으로 창업 지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청년 창업가 발굴과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고용의 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또한, 중소 제조업의 AI 전환을 지원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도 내놓았죠.
그러나 현실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300인 이상 대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고용은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데, 이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의 신규 채용이 위축되는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창업 지원과 더불어,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와 채용을 확대할 수 있는 거시경제적 안정과 제조업 등 전통 산업의 활력 회복이 병행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청년 실업 문제는 개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넘어 가정 형성과 출산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회 전반의 과제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