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명 결정과 재심 청구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12일 공천헌금 수수 등 다중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전 원내대표에게 제명 처분을 내렸다. 윤리심판원은 9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징계 시효 완성 여부와 사안의 중대성을 종합해 제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 결정에 즉각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반발했다. “의혹이 사실이 될 수 없다”며 “한 달만 기다려달라는 요청도 거절당한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다.
민주당은 윤리심판원의 결정을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한 뒤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 찬성으로 제명을 확정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김 전 원내대표가 재심을 청구하면 그동안 제명 절차는 보류된다. 재심은 60일 이내에 결정된다. 당 지도부는 신속한 마무리를 원하지만, 김 전 원내대표의 재심 신청으로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의혹의 실체와 시효 논란
김병기 의원은 지난 2020년 총선 전 동작구 구의원들로부터 3000만 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의혹을 비롯해, 차남의 숭실대 편입 개입, 쿠팡 대표와의 고가 오찬,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배우자의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등 총 13가지 의혹에 휩싸였다. 이 가운데 일부는 징계 시효(3년)가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윤리심판원에 출석해 “대부분의 의혹은 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리심판원은 대한항공 숙박권 수수(2022년), 쿠팡 오찬(2022년) 등 시효가 남은 의혹만으로도 제명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공천헌금 의혹도 징계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윤리심판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야당과 일부에서는 공천헌금 의혹이 권력형 비리의 전형이라며 제명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정치권 반응과 향후 전망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민주당의 제명 결정은 증거인멸용 꼬리 자르기”라며 강력 비판했다. 특히 “공천헌금과 수사 무마 의혹 전반에 대한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연희 의원 등이 “책임 앞에서 물러설 줄 아는 용기가 정치의 품격”이라며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 전 원내대표의 재심 신청 여부에 따라 향후 흐름이 갈릴 전망이다. 재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제명 절차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고, 재심에서 징계가 경감되거나 번복된다면 당내 갈등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은 이 사건이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김병기 의혹 파문은 재심 청구로 또다시 정치권의 이슈로 부상하며 당분간 잊을 수 없는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