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없는 경찰, 대행의 나라
경찰청장 자리가 비어 있는 시간이 21개월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조지호 전 청장이 직무 정지된 이후 차장들이 번갈아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데요. 국민의힘은 이 상황을 두고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국민 안전이 뒷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경찰 조직은 상당한 인사 변동을 겪고 있습니다. 시·도경찰청장 18명 가운데 14명이 한꺼번에 바뀌었고, 치안정감·치안감 급 28명도 교체되었는데요. 정작 조직을 이끌어야 할 경찰청장은 공석인 채로 하위 지휘부만 대거 물갈이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경찰청장을 역임한 한창훈 청장이 29년 경찰 생활을 마무리하고 퇴임식을 가졌습니다. 후임으로는 유승렬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이 취임할 예정이며, 지방 경찰의 지휘부가 새 얼굴로 채워지고 있지만 정작 정점은 비어 있습니다.
지휘부는 바뀌는데 정작 수장은
경찰청장이 없는 상태에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되자 기형적 지휘체계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 책임자 없이 대행 체제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장윤기 사건이나 제주 실종 신고 허위 종결 같은 사고가 발생해도 최종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정식 수장이 없다는 점이 치안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직무대행 체제라고 해서 경찰 업무가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한창훈 전 인천경찰청장도 재임 기간 동안 시민 체감안전도를 높이고 지역 치안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으며, 그 성과를 인정받아 퇴임했는데요. 하지만 지방청장 개인의 역량과 별개로, 전국 조직을 통솔하는 수장의 부재는 장기적으로 지휘 체계의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외부 치안 위협이나 대형 사건 발생 시 신속하고 일관된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책임 공백 우려와 '공룡 경찰' 시대
이런 가운데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 논의가 한창입니다. 만약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축소되고 경찰이 수사를 독점하는 구조가 되면, 이른바 '공룡 경찰' 시대가 열리게 되는데요. 수사권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정식 청장조차 없이 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외부 견제와 내부 지휘 모두에 구멍이 생긴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대행 체제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습니다. 행정안전부 장관을 통한 제청 절차가 정치적 입김에 좌우될 위험이 있다는 것인데요.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경찰청장 임명 절차에 즉각 착수하고, 임명 지연 이유와 대행 체제 유지 배경을 국민 앞에 공개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경찰청장 임명은 단순히 한 자리를 메우는 문제가 아닙니다. 10만이 넘는 경찰 조직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상징적 조치이기도 합니다. 수뇌부는 계속 교체되는데 정점만 공석인 이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