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 투자 발표에도 외국인 7조원 매도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호남 지역에 총 800조원을 투입해 4개의 반도체 팹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6월 29일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나온 이 소식은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였는데요. 하지만 장 마감 후 시장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전장보다 4.86% 내린 32만 3,000원에, SK하이닉스는 1.68% 밀린 262만 8,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더욱 눈에 띈 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였는데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무려 7조 7,557억원을 순매도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이탈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각각 3조 8,000억원과 3조 3,000억원가량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13.2원 오른 1,545.2원에 마감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찍었습니다.
주가를 누르는 복합적 압력
당연히 시장이 차가운 반응을 보인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먼저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라는 점에서 경제성보다는 정치적 영향력에 따른 결정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되었습니다. 세부적인 투자 계획이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시장은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여기에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를 구체화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반도체 투톱을 밀어올렸던 수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동시에 코스닥 시장 육성 정책과 동전주 퇴출 강화 등으로 투자 자금이 분산될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반면 외부적 악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미국 증시의 반도체주 급락과 AI 거품론이 확산되고 있었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 가격 인상은 수요 위축 우려를 낳았습니다. 더군다나 애플이 중국산 반도체 구매를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는 소식은 국내 업계에 가격 경쟁 압박으로 작용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나오는 낙관론
사실 이런 조정장 속에서도 국내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LS증권 염승환 이사는 최근의 하락세를 오히려 AI 반도체 주도주에 편입할 절호의 기회로 평가했습니다. 그는 강세장은 주도주가 생명을 다할 때 끝난다며, 실적이 명확한 반도체 섹터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물론 금리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부담입니다. 하지만 염 이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PER 10배를 적용받는다면 코스피가 1만 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도주의 실적이 뒷받침될 때 시장은 다시 방향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수급과 환율, 그리고 레버리지 규제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는 쉽지 않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