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로 향한 노동자들의 목소리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로비는 갑작스러운 항의 시위로 술렁였습니다. 민주노총 쿠팡지부와 공공운수노조 소속 조합원 등 4명이 ‘개인정보 유출 김범석이 책임져라’, ‘물류센터 산재사망 쿠팡이 책임져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건물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최근 발생한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과, 물류센터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업재해 사망 사고에 대한 책임 있는 대응이었죠.
그러나 이들의 진입 시도는 사측 보안 요원과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저지되었고, 결국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받아 체포되는 결과를 맞았습니다. 경찰은 사전 신고 없이 진행된 불법 집회였다는 이유를 내세웠고, 노조 측은 정당한 요구를 폭력적으로 탄압했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체포된 이들은 약 3시간 반에서 4시간 만에 석방되었지만, 본사 로비에서는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는 농성 집회가 이어졌습니다.
한편, 국회에서는 청문회 준비
노동자들의 항의 시위가 본사에서 벌어지는 동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는 다른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를 17일에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증인 명단을 확정한 겁니다. 주목할 점은 박대준 전 대표의 사임에 따라, 신임 임시 대표로 선임된 해롤드 로저스 최고관리책임자(CAO)를 증인으로 추가 채택했다는 사실입니다. 박 전 대표의 증인 자격은 유지된 상태입니다.
이번 증인 채택은 대표가 바뀌었다고 해서 사건의 책임 소재가 흐려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국회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청문회에는 로저스 임시 대표를 비롯해 김범석 의장, 강한승 북미 사업 개발 총괄 등 쿠팡 측 주요 인사 7명이 증인으로 채택됐습니다. 다만,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의 출석 여부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입니다. 과방위는 김 의장이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 발부 등 강제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위기 속의 경영진 교체와 법률 전문가 기용
체포 사건과 청문회 소환이라는 외부적 압력 속에서, 쿠팡 내부에서는 침묵의 조직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책임을 지고 박대준 대표가 사임한 데 이어, 후임으로 법률 전문가인 해롤드 로저스가 임시 대표로 선임된 것이죠. 로저스 신임 대표는 쿠팡 Inc.의 최고관리책임자 겸 법무총괄을 맡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런 인사는 단순한 자리 바꿈이 아닌, 위기 대응 전략의 전환으로 읽힙니다. 쿠팡이 ‘보안과 준법’이라는 최대 위기 국면에서 전문 경영인이 아닌 법률 책임자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앞으로 예상되는 수사와 규제 당국의 조사, 그리고 피해 보상 논의에 법률 중심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쿠팡 측은 로저스 신임 대표가 고객 불안 해소와 위기 수습, 조직 안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남은 과제: 대화의 창구와 사회적 책임
노동자들의 체포와 청문회 소환, 경영진 교체까지 하루 동안 격변의 소용돌이를 겪은 쿠팡에게 남은 과제는 명확해 보입니다. 첫째는 노동자 및 국회와의 소통 창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노조는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려 했지만, 결국 체포라는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습니다. 쿠팡 측이 면담 요구를 거부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이러한 갈등이 고객정보 유출과 산재 사망이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는 로저스 신임 대표 체제 아래에서의 사회적 책임 이행입니다. 법률 전문가를 대표로 내세운 것은 규제와 소송에 대비한 방어적 측면이 강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위기 수습은 방어를 넘어, 유출된 정보로 피해를 본 고객과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다가오는 국회 청문회가 단순한 책임 공방이 아닌,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 보상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