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던 금값에 찬물
올해 들어 약 60%나 치솟던 국제 금값이 하루 만에 5.7% 급락하는 충격을 맞았습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4109.1달러로 마감하며 2013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하루 하락률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팬데믹 이후 최대 낙폭에 해당합니다. 단기간 급등한 금값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은값도 7.2% 급락하는 등 귀금속 시장 전반에 걸쳐 매도세가 확산되었고, 금 ETF와 금광주는 10% 안팎으로 폭락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습니다. 미국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하락
이번 금값 폭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미국 기업들의 3분기 호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는데요, 제너럴모터스(GM)가 15% 급등하는 등 긍정적인 경제 지표가 안전자산인 금의 매력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린 겁니다. 특히 다우지수가 4만 6924.6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금과의 투자 매력도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세계 2위 금 소비국인 인도의 시장 휴장도 유동성 부족을 야기하며 하락폭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죠. 힌두교 대축제 '디왈리'로 인해 인도 금 시장이 문을 닫으면서 거래량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 완화 기대감도 또 다른 하락 요인으로 꼽힙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APEC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투자 심리에 변화를 준 것입니다. 두 강대국 간 협상이 진전될 경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줄어들어 금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의 엇갈린 진단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금값 하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TD 증권의 바트 멜렉 수석은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하는데요, 역사적으로 금값 급등세가 지속 가능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겁니다.
반면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에 따른 실질금리 하락과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확대 등 구조적 요인을 고려할 때 장기 금 가격 랠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합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말 금값 전망을 4900달러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죠.
스탠다드차타드 애널리스트도 이번 하락이 기술적 조정에 불과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MKS PAMP 분석가는 "앞으로 6개월 동안 금값이 100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전망과 시장 관심사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제 오는 24일 발표될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쏠려 있습니다. 이 지표는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정책 방향이 금값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실질금리 하락 시 금값은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CPI 결과에 따라 향후 금값 행보가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랠리 종료'와 '일시적 조정'이라는 상반된 전망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금값이 55%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기저 매수세가 살아있어 조정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죠. 다만 최근 금 투자자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만큼 시장의 내구성이 시험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