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호르무즈 파병 압박과 일본의 모호한 답변, 동맹 안보 책임 전가의 신호탄

조K경한
26개의 관련 기사

7달 전 수정 · 2026년 3월 20일 오전 8:51

발행: 2026년 3월 18일 오후 11:49

요약 생성중...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다카이치 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압박했으나, 일본은 법적 테두리 내 대응을 원칙으로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미국은 동맹국에 대한 안보 책임 전가 의도를 보였고, 일본은 대규모 경제 투자 제안으로 압박을 완화하려 했다. 이 파장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동맹국들에게 군사적 위험과 안보 재편 압력이라는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

파병 압박과 '선물보따리' 외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파병 압박이 전면에 부각되었습니다.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해협 이용 국가들이 안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을 압박해왔는데요.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치켜세우며 “돕고 싶어 왔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자위대 파견 요구에는 일본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조치에 대해 설명하며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북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의지 전달,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 등 경제·외교적 협력 카드를 앞세운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으며 압박을 완화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일본을 나토와 비교하며 “일본은 나토와 다르다”고 말하며 더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태도를 드러냈습니다. 특히 일본이 미국제 무기를 많이 구매하는 점을 영광으로 여기며, 호르무즈 해협 방어에 나서야 하는 이유로 일본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지적했습니다. 이는 파병 요청을 단순한 군사 작전 지원이 아닌, 동맹이 치러야 할 대가로 프레임을 전환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강력히 규탄했지만, 군함 파견에 대한 공식적인 약속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동맹에 대한 안보 책임 전가라는 큰 그림

이번 파병 압박의 이면에는 미국의 더 근본적인 전략 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끝나면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 책임을 석유 수입국들이 지게 할 것”이라고 명시했는데요. 이는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 군사 개입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동맹국들에게 안보 비용을 분담시키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미국 전문가들도 한국과 일본이 이러한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기 어렵다고 분석하며, 완전한 ‘예스’는 아니더라도 기뢰 제거 지원이나 연료 재급유 같은 간접적 기여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이 중동 사태로 인해 흔들릴 수 있으며, 동맹국 관리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 문제까지 거론하며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파병 문제가 단일 사안을 넘어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권 전환 등 한미동맹 전반에 대한 재조정 압력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유럽의 주요 동맹국들조차 현재 군사적 개입에 소극적인 가운데, 미국은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더욱 강한 기대를 걸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안보 판도의 복잡성

파병 압박의 파장은 일본을 넘어 한국으로도 확실히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요청을 받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여당 내에서는 파병을 통해 핵추진 잠수함 건조 같은 안보 이익을 챙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이란은 한국 함정의 호르무즈 해협 진입 자체를 ‘적대 행위’로 간주하며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경고했습니다. 이는 한국으로 하여금 강대국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지역 분쟁의 직접적 당사자와의 마찰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난제를 안겨줍니다.

한편, 일본의 모호한 대응은 자국의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2차 대미 투자 프로젝트(약 100조 원 규모)를 제시하며 경제적 협력을 강조한 것은, 군사적 부담 대신 경제적 기여로 동맹 의무를 대체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돔’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안보 협력의 형태를 다변화하며 미국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훈련을 실시한 점은 이 모든 논의가 동아시아의 더 넓은 지정학적 경쟁과 맞물려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중동을 넘어, 미국 주도의 기존 동맹 질서가 어떻게 재편될지에 대한 신호를 동시에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