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쓰나미, 네팔의 절규
네팔을 덮친 대홍수는 이례적인 규모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재난으로 1,050명이 숨지고 4,000명 가까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는데요. 파고가 20~30m에 달하고 이동 속도가 시속 180km에 이른 이번 홍수는 현지에서 '히말라야 쓰나미'라 불릴 만큼 치명적이었습니다. 단순한 계절성 홍수가 아닌,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붕괴하며 쏟아진 얼음과 토사가 만들어낸 기후재난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번 재난의 직접적인 원인은 히말라야 고지대의 빙하 소멸입니다.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급격히 녹으면서 잘게 쪼개지는 파편화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특히 랑탕 유역의 얄라 빙하는 1970년대 이후 66%나 줄어 2040년이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전체적으로 랑탕 유역 빙하 면적의 42%가 이미 증발했으며, 빙하가 고지대로 후퇴할수록 더 강력한 에너지를 띤 채 하류로 쏟아져 내려올 우려가 커집니다.
사실 네팔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의 0.01%에 불과한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기후 위기의 대가를 고스란히 치르고 있는 셈인데요. 이에 네팔 정부는 미국, 중국, 인도 등 주요 배출국들을 향해 공식적인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시시르 카날 외무장관은 이를 '자선이 아닌 법적·도덕적 책임'으로 규정하며, 앞으로 유엔 등 국제회의에서 강력하게 목소리를 높일 것임을 밝혔습니다.
0.01%의 눈물, 기후 정의를 묻다
네팔의 보상 요구는 기후 정의라는 민감한 국제 의제를 다시 끄집어냈습니다. 산업화된 강대국들의 탄소 배출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를 기후 취약국이 온전히 감당하고 있다는 논리인데요. 네팔은 이미 재무부를 통해 주요 배출국에 공식 서한을 보내 피해 배상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시혜적 원조가 아닌 정당한 권리이자 의무 이행의 문제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네팔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히말라야 빙하는 갠지스강 등 남아시아 주요 하천의 원천으로, 이 지역 20억에서 25억 인구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빙하 소멸은 결국 남아시아 전체의 물 안보를 위협하는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는 거죠. 현재 상류 지대에는 토사와 물이 막혀 형성된 인공호수가 3곳이나 있어서, 이들이 한꺼번에 터지면 2차 대형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공식 인정되고 있습니다.
비슷한 위험은 남미에서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페루 안데스 산맥에는 범람 위험이 있는 빙하호가 528곳이나 있으며, 이 중 58곳은 매우 위험한 상태로 분류되었습니다. 특히 팔카코차 호수가 범람할 경우 주민 3만 명이 위험에 처할 수 있어서, 전문가들은 페루 역시 네팔과 같은 재난에 취약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사라지는 빙하, 남아시아의 미래
네팔 대홍수는 기후변화 시대의 재난이 어떤 모습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참사입니다. 수력발전소가 파괴되고 주요 산업 기반 시설이 무너지면서 경제적 피해도 막심한데요. 이 과정에서 한국인 근로자 9명도 실종되는 등 인도적 비극의 국적을 가리지 않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이제 문제는 피해를 입은 국가와 책임을 묻는 국가 간의 갈등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입니다. 네팔은 국제사회에 정의로운 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 배상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는 않은 실정입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취약국들의 목소리를 결집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속도는 날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남아시아 국가들이 정치적 이견을 넘어 초국가적으로 협력하지 않는다면, 다음 재난은 더욱 끔찍한 형태로 찾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네팔이 치른 빙하 장례식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점을 국제사회는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