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을 가르는 블랙박스 증거
지난주 부천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트럭 돌진 사고는 2명의 사망자와 19명의 부상자를 낸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60대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확인되었는데요. 이 같은 판단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페달 블랙박스였습니다. 운전자의 발동작을 직접 촬영하는 이 장치는 사고 원인 규명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하고 있죠.
사고 차량에 설치된 페달 블랙박스 영상에는 운전자가 후진 후 전진하며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있는 장면이 선명하게 포착되었습니다.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주장했지만, 기술적 증거는 명백한 페달 오조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그동안 '급발진'으로 알려졌던 수많은 사고들이 실제로는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고령 운전자 사고의 냉엄한 통계
국토교통부가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405건 중 무려 86%가 급가속으로 인한 사고였습니다. 특히 65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율이 90%에 육박하는 등 고령 운전자 사고가 전체 교통사고의 62%를 차지하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5년간 고령 운전자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141명에 달하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의 경우 3초에 1번 이상 급가속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지 능력 저하와 운전 미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부천 사고 운전자를 비롯해 최근 발생한 여러 사고에서 운전자들이 모야모야병, 치매 등 뇌혈관 질환을 앓고 있었던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현행 운전면허 적성검사가 실제 위험 운전자를 걸러내지 못하는 시스템적 한계도 지적되고 있죠.
기술적 해법과 제도적 보완
정부는 2029년까지 모든 신차에 RPM(운전자의 의도와 다른 급가속을 방지하는 기능) 장착을 의무화할 계획입니다. 일본은 2019년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의무화 이후 신차 장착률이 90%를 넘어서면서 차량 사고가 50% 이상 감소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습니다. 하국 국내에서는 아직 4년 이상의 시행 유예期間이 남아있어 조속한 법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대응과 함께 제도적 보완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대덕대 이호근 교수는 "우리나라 자동차 평균 수명이 10년을 넘는 만큼 노후 차량에 대한 안전장치 장착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의료보험 정보와 운전면허 전산 시스템을 연동해 치매 등 운전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을 미리 발견하는 시스템 도입도 검토해야 할 과제입니다.
예방 가능했던 사고들의 교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2020년부터 2023년 6월까지 급발진 의심 사고 감정 결과를 보면, 364건 중 88%가 페달 오조작으로 밝혀졌습니다. 나머지 12%는 차량 파손으로 원인 불명이며, 실제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이 수치는 대부분의 '급발진' 사고가 기술적 결함이 아닌 인간 오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운전자들이 주행 중 차량에 이상이 느껴질 경우 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떼고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할 것을 권고합니다. 또한 변속기어 오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차 문 개방 시 경고음 발생이나 자동 주차 브레이크 기능 등 기술적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한 안전장치들의 보급 확대가急務입니다. 기술 발전과 함께 운전자 교육 및 관리 시스템의 선제적 개선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