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의 허술한 틈새를 노린 연금 재테크
최근 국내에서 단 한 달만 근무한 외국인이 평생 연금을 수령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연금 추후납부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추납 꼼수'인데요. 국민연금 수급 요건은 최소 10년, 즉 120개월의 가입 기간인데, 현행 제도상 1개월만 가입하면 나머지 119개월분을 일시에 납부할 수 있어 수급 자격이 생기는 겁니다. 실제로 방문취업 비자로 입국한 일부 중국인은 1개월 가입 후 60세가 되어 119개월 치 보험료를 몰아 낸 뒤, 본국으로 돌아가 매월 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당연히 이런 방식은 제도의 본래 취지와 크게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추후납부는 1999년에 도입된 제도로, 실직이나 사업 중단, 결혼 및 출산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한 가입자의 노후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특히 2016년 11월부터는 적용 제외 기간에 대해서도 최대 119개월까지 추납이 가능해졌는데, 이를 외국인들이 '연금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입니다.
수급권은 생겼지만 형평성은 무너졌습니다
문제는 이 방식이 내국인 가입자와의 형평성을 해친다는 점입니다. 성실하게 매월 보험료를 납부한 내국인 가입자와 달리, 단기간 근무 후 거액을 일시에 내고 수급권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사회보장제도에 무임승차하는 형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료를 보면, 외국인의 추납 신청은 2015년 43건에서 2024년 848건으로 약 20배 급증했고, 추납 금액도 같은 기간 2억여 원에서 54억 원 이상으로 26.9배나 늘었습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67.6%로 가장 많았고, 미국인과 캐나다인이 뒤를 이었는데, 이는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제도를 악용하는 외국인은 일부에 불과하며, 오히려 보험료를 내고도 연금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더 많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거주 수급자의 경우 사망 여부를 적시에 파악하기 어렵고, 외국 정부가 발급한 가족관계나 혼인 증빙 서류의 위조 가능성 등 관리상 허점이 크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특히 연금 수급자가 본국에서 사망했는데도 유족연금이 부당하게 지급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기금 누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법령 정비와 제도 개선이 시급한 이유
보건복지부는 이처럼 제도가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개선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실거주 기간이나 실제 기여 납부 기간 요건을 신설하고, 외국인의 추납 신청 자격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또한 외국 정부 발급 서류에 대한 공적 검증을 강화하는 방향도 고려되고 있는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법 제126조가 외국인의 임의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현재의 무분별한 추납 허용 자체가 법리적으로 상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선안이 나오더라도 이미 수급 중인 외국인 가입자들의 권리를 어떻게 조정할지는 또 다른 과제입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인 만큼,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공정성을 모두 확보하는 방향으로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앞으로 복지부가 내놓을 개선책이 과연 이 복잡한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