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판매원에서 벨기에 왕자까지
벨기에에서 자동차 판매원으로 일하던 26세 청년 클레망 반덴케르크호베가 최근 왕자 신분을 얻게 됐습니다. 그는 필립 국왕의 동생인 로랑 왕자의 혼외자로, 지난 2월 법적 아들이자 후계자로 공식 인정받았습니다. 이 모든 건 10년 전 그가 스스로 용기를 내어 건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됐는데요.
클레망은 16살이 되던 해 어머니로부터 친아버지의 정체를 처음 듣게 됐습니다. 당시 충격이 컸을 터인데요. 그는 4년간의 고민 끝에 스무 살이 된 해에 로랑 왕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고, 이후 여러 차례의 만남과 DNA 검사를 거쳐 99.5%의 친자 일치 결과를 받았습니다. 이처럼 평범했던 한 청년의 삶은 단숨에 뒤바뀌었습니다.
상징적 왕자, 권리와 의무는 어디까지
법적으로 왕자 칭호를 쓰게 된 클레망이지만, 그가 누리는 특권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우선 벨기에 왕위 계승 서열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공식적인 왕실 행사 참여도 하지 않으며, 왕실에서 지급하는 수당 역시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는 2013년 벨기에 법 개정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왕실 수당 지급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클레망은 신분은 인정받았지만 경제적 혜택은 전혀 없는 셈입니다. 신분은 왕족이지만 실질적인 권한이나 특혜는 거의 없는 것이죠. 다만 로랑 왕자의 유산 상속권 일부는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머니의 성을 지킨 선택
이번 사안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클레망이 왕가의 성인 '작센코부르크' 대신 기존 성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점입니다. 그는 홀로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를 배신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이는 왕족이 된다고 해서 과거를 완전히 지우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사실 벨기에 왕실에서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닙니다. 클레망의 할아버지인 알베르 2세 전 국왕도 2020년, 혼외 딸 델핀 보엘을 DNA 검사 끝에 친딸로 인정했습니다. 델핀은 이후 법원 판결을 통해 공주 칭호를 얻었고, 이는 유럽 왕실에서 혼외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힙니다. 클레망의 경우는 개인의 선택이 더해져 왕실 전통과 개인의 정체성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는 모습으로 읽힙니다.
왕자가 되었지만 여전히 어머니의 이름을 쓰고, 평범한 일상을 지키려 하는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