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서 5분 거리, 104일이나 걸린 발견
제주에서 실종되었던 장미란 씨가 신고 104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발견 장소는 그가 머물던 숙소에서 도보로 불과 5분, 직선거리 400m에 불과한 야자나무 숲이었는데요. 민관군 400여 명이 투입된 합동수색이 시작된 지 단 한 시간 만에 찾아낸 곳이라, 초기 수색만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도 훨씬 일찍 발견되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큽니다. 시신 옆에서는 휴대전화와 금팔찌 등 실종 당시의 유류품이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장 씨는 지난 5월 남자친구의 신고로 실종자로 등록되었으나, 담당 경찰관인 A경장이 사건을 허위로 종결 처리하면서 수색은 사실상 중단되었습니다. 신고자에게 연락이 닿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실종자 관리 전산망에서 관련 자료까지 삭제한 겁니다. 이러한 부실 대응으로 인해 소중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수색이 늦어진 데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담당 경찰관의 '셀프 종결'과 시스템 허점
A경장의 문제는 장미란 씨 사건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60대 남성의 실종 신고도 허위 종결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두 사람 모두 결국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조사 결과 A경장은 지난해 3월부터 실종팀에서 근무하며 200여 건에서 298건에 이르는 실종 사건을 처리했는데, 이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건이 비슷한 식으로 종결되었는지 알 수 없어 경찰은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A경장은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 등 혐의로 긴급 체포되었으나, 법원이 체포적부심을 인용하면서 석방되었습니다. 법원은 소재가 계속 파악되고 있어 긴급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는데요. 문제는 석방이 이뤄진 시점이 장미란 씨 시신이 발견된 바로 그날이었다는 점입니다. 이에 격분한 유족들이 경찰서를 찾아가 고성과 몸싸움이 오가는 등 큰 소동이 이어졌습니다. 한 사람의 자의적 판단만으로 사건이 무력화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수사 시스템의 허술함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전수조사와 제도 개선, 막아야 할 다음 불행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실종 사건 수사 체계의 구조적 허점을 인정하고 긴급 대책에 들어갔습니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상급자 승인 없이도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직접 해제 처리를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형사과장급 관리자가 보고 내용과 전산 기록을 이중 교차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제주녹색당도 단순한 개인 처벌을 넘어 관리자의 이중 확인을 의무화하는 구조적 재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적되는 부분은 성인 실종자를 대하는 법적 기준입니다. 현행법상 일반 성인은 보호 대상이 아닌 '가출인'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 초기 대응이 소홀해질 수 있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유족들은 한때 국가배상을 포함한 법적 대응을 검토했으나, 수색에 힘써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대통령과 총리까지 참담함을 표하며 근본적인 개혁을 지시한 만큼, 이번 사건이 마지막 불행이 되도록 실종 수사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편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