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저점에 선 엔화, 일본 정부의 다층 대응
일본 엔화가 40년 만의 저점 근처에서 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6년 7월 1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62엔 선을 기록했습니다. 일본 당국이 구두 개입과 외환시장 개입을 병행했지만, 달러 강세를 꺾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엔화 약세의 배경에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79달러대까지 치솟았고,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무역수지 악화 우려가 매도세를 키웠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며 불안한 심리를 더했습니다.
293조 엔 변수, GPIF로 쏠린 시선
엔화 방어를 위해 일본 정부는 다층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국회에서 세계 최대 규모 연기금인 일본 정부연금투자기금(GPIF)에 일본 금융자산 투자 확대를 주문했습니다. GPIF가 운용하는 자산은 약 293조 6,000억 엔 규모로, 자산 배분이 조정될 경우 환율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는 변수입니다.
다만 구두 개입의 효과는 제한적이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직후 달러-엔 환율은 162.36엔에서 162.13엔으로 엔화 가치가 일시적으로 오르긴 했지만, 이내 다시 반전했습니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이 필요시 단호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못박았음에도 시장의 반응은 미미했습니다. 올해 5월 일본 정부는 11조 7,300억 엔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외환 개입을 단행한 바 있어, 이후 추가 자금 투입 여부도 핵심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달러 강세 흐름, 엔화의 숙제
엔화 약세의 이면에는 견조한 미국 경제도 있습니다.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20만 8천 건으로 예상치를 하회했고, 필라델피아 연은 7월 제조업 활동 지수가 전월 대비 31.3포인트 급등하는 등 완연한 회복세가 확인됐습니다. 이같은 환경에서 일부에선 내년 엔화가 달러당 170엔까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중동 긴장 완화 여부와 GPIF 포트폴리오 재검토가 가까운 시일 안의 변수입니다. 결국 엔화 환율의 향배는 지정학적 긴장 완화와 일본 정부의 정책 실행력이라는 두 축을 향한 시장의 시각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