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이 섰다” 윤석열의 단호한 거절
2022년 12월 3일 밤, 박종준 전 경호처장으로부터 비상계엄 발동 소식을 전해들은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곧바로 윤석열 대통령을 찾아갔다. “계엄을 발동하시면 안 됩니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고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정 전 실장은 윤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만류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반응은 냉정했다. “이미 결심이 섰으니, 실장님은 더 이상 나서지 마십시오. 더 이상 설득하지 마십시오.” 윤 대통령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이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재판에서 정진석 전 실장이 증언한 내용이다.
정 전 실장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대부분의 국무위원들도 계엄 발동에 반대하는 분위기였다. 윤 대통령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만류를 시도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도 정 전 실장과 함께 윤 대통령을 설득했으나 같은 답변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저는 안가 모임에서도 대통령님께 계엄에 반대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때는 ‘알겠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발동되니 실망스럽습니다.” 신 전 실장은 재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역사에 책임질 수 있나” vs “해야죠”
계엄 발동을 적극 지지한 인물도 있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정진석 전 실장은 김 전 장관을 마주하며 고성을 질렀다. “역사에 책임질 수 있습니까?” 김 전 장관은 담담하게 답했다. “해야지요.” 이 짧은 대화는 당시 계엄 발동을 둘러싼 긴장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다른 국무위원들은 대부분 반대 의사를 표했지만, 김 전 장관만이 유일하게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전 실장은 “국무위원들이 저에게 ‘대통령님을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 앞에서 직접 계엄에 반대한다고 말한 국무위원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장관은 계엄 실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그날 밤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계엄 선포의 충격과 실망
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대통령실 대접견실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신원식 전 실장은 “국무위원들이 모두 침울하게 앉아 있었다”고 증언했다. 한덕수 총리는 상황에 대한 답변을 피했고,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과는 서로 계엄 선포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는 대화를 나눴다. 정진석 전 실장도 “모두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고 전했다.
신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이 수석들의 만류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큰 실망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과거에도 윤 대통령에게 계엄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윤 대통령은 “일시적인 발언”으로 치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계엄이 발동되자 신 전 실장은 크게 낙담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등을 증인으로 불러 추가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상민 전 장관의 재판은 12·3 비상계엄의 진실을 규명하는 중요한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결정 과정과 배경에 대한 추가 증언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